갤 노트10·폴드 '집안싸움' 우려에도 잇딴 출시 강행한 까닭...'가슴 시커멓게 탄'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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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 노트10·폴드 '집안싸움' 우려에도 잇딴 출시 강행한 까닭...'가슴 시커멓게 탄' 삼성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8.13 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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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노트10 23일 출시...갤럭시폴드 9월 출시
- 삼성전자, 자기잠식 우려에도 출시 연기 불가한 '속내'
- 갤럭시폴드 결함에 '속이 새카맣게 탄' 삼성전자...반년만에 시장에 내놔
- "‘집중효과’ 노릴 수 있다는 장점"

“내 속을 뒤집어 보여줄 수 있다면 아마 새카맣게 타 있을 겁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기획할 때, 예상치 못하거나 모르는 일들이 숱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처음 가는 길이기 때문이겠죠.”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을 통해 순탄치 않았던 갤럭시폴드 준비과정에 겪은 속앓이를 숨기지 않았다. 갤럭시폴드는 우여곡절 끝에 현재 최종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폴드 9월 출시를 공식화했다. 23일 출시를 앞둔 갤럭시노트10과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ㆍ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등 ‘집안싸움’이 우려에도 출시를 강행했다.

갤럭시폴드 9월 출시는 삼성전자의 ‘고육지책’적 성격이 강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고 사장의 고백처럼 ‘속이 타들어 가던’ 갤럭시폴드의 출시를 더 미룰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노트10과 일부 자기잠식이 발생하더라도, 출시 연기로 발생하는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폴드의 출시가 9월을 넘긴다면 삼성전자가 잃는 것은 많다. 화웨이의 ‘메이트X’ 출시가 9월로 예정돼 있어 자칫 ‘최초의 폴더블폰’이란 타이틀을 뺏길 수 있고, 시장의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하다.

고 사장은 갤럭시폴드 출시에 대해 “시장에서 의미 있는 혁신이 중요한 것이지, 중국 화웨이보다 먼저 내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며 “결국 삼성(제품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설명했지만 내심 ‘최초’란 세간의 평가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을 터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S10(3월)-갤럭시폴드(4월)-갤럭시노트10(8월)으로 이어지는 올해 스마트폰 ‘프리미엄’라인 출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4월23일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갤럭시폴드가 LTE모델로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이기 직전, 리뷰어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테스트 과정에서 화면결함이 발견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의 사전제품을 전량 수거해 결함 원인을 점검하고,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그 사이 시장에선 ‘한 달 안에 출시된다’, ‘7월 출시설’ 등 숱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삼성전자는 결국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갤럭시폴드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S10과 폴드가 한 달 새 시장에 출시되는 것과 노트10에 이어 출시되는 것은 상당한 의미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일찍부터 노트10과 폴드가 같은 소비자층을 두고 경쟁해 삼성전자에 손해가 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았다.

갤럭시S10은 단말 자체만 두고 보면 기존 스마트폰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최초로 5G(5세대) 통신망이 적용된 모델이면서 카메라 홀만 제외하고 스마트폰 전면부를 대부분 화면으로 채운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 적용 등 기능 향상도 있었지만, 소비자가 예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10은 폴드와 소비자층이 크게 겹치지 않아 한 달 새 잇따라 출시되더라도 무리가 없었다.

갤럭시폴드와 갤럭시 노트10+(오른쪽·아우라글로우)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폴드와 갤럭시노트10+(오른쪽·아우라글로우)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노트10과 폴드는 얘기가 다르다. 갤럭시폴드가 ‘완전히 새로운 모바일 카테고리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노트10과 시장이 겹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화면ㆍ성능이 높은 프리미엄 전략폰 등의 특성이 같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다면 같은 고객층을 두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노트10과 갤럭시폴드의 방점은 ‘큰 화면’에 있는데, 같은 시기에 출시가 된다면 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출시 시가를 고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갤럭시폴드 화면 크기는 펼쳤을 때 7.3인치, 접었을 때 4.6인치다. 갤럭시노트10플러스(+)는 6.8인치로 노트 시리즈 역대 최대 디스플레이 크기를 장착했다. 폴드를 펼쳐도 노트10+불과 0.5인치(1.27c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두 단말 모두 ‘하이엔드’ 급으로 특별히 어떤 기종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폴드와 노트10의 출시 일정에 대해 “시장에서 우려하는 자기잠식이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플래그십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면 ‘집중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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