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대응은 빨랐지만 여전히 혼란 속...화장품업체는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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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대응은 빨랐지만 여전히 혼란 속...화장품업체는 눈치만
  • 박금재 기자
  • 승인 2019.08.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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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사퇴에 김병묵 단독대표 체재로 전환...윤 회장 아들인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의 2대주주로 알려져
고객사인 국내 화장품업체 대부분 특별한 대응방안 내놓지 않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최근 직원 월례회의에서 상영한 '막말 유튜브'가 논란이 되면서 삼 일 만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론의 분노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11일 서울 내곡동 한국콜마종합기술원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며 회장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윤 회장의 사퇴로 한국콜마홀딩스는 김병묵 공동대표가 단독대표를 맡게 됐다. 한편, 윤 회장의 아들인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는 한국콜마홀딩스의 2대주주(18.67%)로 알려져 윤 회장의 사퇴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세습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한국콜마를 둘러싼 가운데 현재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한국콜마가 생산하는 제품의 리스트가 돌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미샤, 에뛰드하우스, 투쿨포스쿨, 네이처리퍼블릭 등 다수의 국내 화장품 업체의 제품들이 올라가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콜마에서 제조한 제품들을 납품받는 업체들을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콜마 측에서는 윤 회장이 여성을 비하하는 부분은 직원들에게 상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원본 영상에서 여성혐오적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을 윤 회장이 인지하지 못했을 리 없고 주 고객층과 직원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여성들을 무시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는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바라봤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기로 지정한 품목들 가운데 화장품 관련 품목이 제외돼 있고 최근 일본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뷰티'가 유행하며 침체돼 있던 한국 화장품 로드숍 업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리브영과 같은 편집숍에 입점해 있는 일본 제품들은 '노노재팬(일제 불매운동 웹사이트)'에 이름을 올리며 고객들에게 불매 대상이 됐다. 노노재팬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던 일본의 폼클렌져 대표 상품 '센카 퍼펙트휩'은 라운드랩의 '1025 독도클렌져' 등 국산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표시돼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 회장이 저지른 실수는 한국 화장품 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윤 회장은 한국 화장품 업계에 운 좋게 찾아온 기회를 걷어차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한편, 한국콜마에서 제조된 화장품을 납품받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콜마와 관련된 논란을 놓고 신중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의 여론을 살펴가며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토니모리, 이니스프리, 투쿨포스쿨 등의 국내 로드숍 업체들 또한 한국콜마 불매운동에 대응할 방법을 당장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는 2018년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 규모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제조회사인 제이준코스메틱을 32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콜마 불매운동이 길어질 경우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윤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한국콜마는 그동안 제약·건강식품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 힘을 쏟고 있었다. 9월 중국에서는 강소콜마 제1공장 완공이 예정돼 있어 중국 건강기능식품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후임인 김병묵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와 윤동한 회장의 아들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에게 이 숙제가 그대로 물려졌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화이트리스트 이슈로 인해 천금같이 주어진 기회를 잡아야 하면서도 소비자들의 한국콜마 불매운동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새로운 한국콜마의 경영진과 고객사인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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