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키우라는데... 서울시, 전기버스 도입 사업서 현대차·중국업체 외 대안없어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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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키우라는데... 서울시, 전기버스 도입 사업서 현대차·중국업체 외 대안없어 '골머리''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8.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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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오는 11월 전기버스 114대 도입해 운영 계획...중소업체 키우라는 '사회적 요구' 역행
입찰 참여 중인 7개 업체 가운데 배터리 등 국산 부품·소재 사용에 부합하는 업체도 몇 없어
자칫 '중국산 배터리' 업체에 '국민혈세 지원' 논란 야기 우려

오는 11월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해 운영할 예정인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중국서 생산한 한국업체 배터리 포함)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3년 넘게 지급하지 않고,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로 '소재·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기버스 분야서 중국 손길이 닿지 않은 업체를 선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

9일 서울시와 상용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시는 11월부터 운행할 114대 전기버스 입찰을 위한 제작사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엔 ▲현대자동차 ▲우진산전 ▲에디슨모터스 ▲JJ모터스 등 한국업체 4곳과 ▲하이거 ▲BYD ▲황해자동차 등 중국업체 3고시 참여해 자사의 전기버스를 소개했다.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은 이 가운데 최대 5개 업체를 선정해 10개 버스회사에 총 114대의 전기버스를 나눠 제공할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와 정부는 5:5로 전기버스 1대당 총 2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나, 충전시설 설치비용과 저상버스 설치 보조금까지 더하면 1대당 최대 2억92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중국이 국내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중소업체를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시기에 중국업체들에 '혈세'를 지급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

하지만, 현대차를 제외하면, 국내업체들이 사용하는 전기차 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율이 높지 않아, 서울시는 최근 정부 정책과 여론에 맞춰 국내업체 위주로 납품 업체를 선정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전기버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과 함께 오는 11월 운행할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를 달리는 전기버스. 서울시는 현재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과 함께 오는 11월 운행할 전기버스 114대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령, 배터리의 국적(?)으로 분류하면, 서울시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와 우진산전, 그리고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JJ모터스의 전기버스를 도입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업체인 에디슨모터스가 제외될 뿐 아니라, 캐파(생산능력)를 고려해 현대차에게 더 많은 전기버스를 공급받게 되면, 공공사업에서라도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을 키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또, 배터리가 전기버스의 핵심 부품이자 전기버스 제작비용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차를 제외하면 국내업체들이 중국업체들과 기술 공유를 하고 있거나 배터리 외에 다른 부품들을 중국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마냥 배터리의 국적(?)만 놓고 판단하기도 적절치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직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 정도로만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면, 현대차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그럴 경우, 최근 대두된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요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의 담당자들 머리가 좀 아플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 정도에서 벗어나, 세금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는 기준으로 판단하면, 중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국내업체들을 압도해 중국업체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시가 전기버스 29대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을 때, 국내업체들의 전기버스는 대당 4억원대 초중반이었다. 반면, 중국업체들의 전기버스는 대당 3억원대 초반이었다. 1억원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당시 입찰을 진행한 29대 중에 현대차가 15대, 에디스모터스가 4대, 중국의 하이거가 10대를 가져 갔다. 

서울 성북구 정릉 도원교통 차고지에서 한 직원이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도입된 1711번 전기버스에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11월 서울 성북구 정릉 도원교통 차고지에서 한 직원이 서울 시내버스에 처음으로 도입된 1711번 전기버스에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 ▲전기버스 성능과, ▲노선버스라는 점에서 매일매일 점검과 정비를 받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서울시의 기준 중 하나인 배터리와 전기모터는 각각 9년, 전장부품은 5년간 무상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어떨까? 

이럴 경우, 현대차와 에디슨모터스, 중국의 BYD, 하이거 등 상대적으로 인력이나 재정 면에서 여유로운 대형업체 외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BYD의 유럽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는다. 이미 전기버스 기술력은 중국이 한국보다 낮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사실 '가성비'만 놓고 선정하고 싶을 것"이라며 "가장 안전한 업체의 차량을 선택하고 싶은 게 공무하는 사람들의 기본 마인드"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주의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마찰이 우려된다면, 정부 차원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의 우회적인 정책을 통해 미래 핵심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며 "중소 규모의 회사라도 높은 기술력만 갖고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서울시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작년 전기버스 29대에 이어 올해 114대를 도입해, 전기버스 총 143대를 운행하게 된다. 운행 노선도 기존 3개에서 최대 19개로 확대된다. 이번에 도입하는 전기버스는 모두 교통약자를 배려한 저상버스다. 

지난 7일 입찰에 참여한 제작사들의 설명회를 진행한 서울시는 공급업체를 4~5곳으로 압축해 8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전기버스를 도입해 운영하는 노선버스업체는 총 10곳으로 도원교통, 서울승합, 현대교통, 유성운수, 공항버스, 양천운수, 동성교통, 세풍운수, 한남여객, 관악교통 등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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