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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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주는 메시지
  • 조원영
  • 승인 2016.02.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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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건                언론인
 

1970년대 초 동대문 밖의 ‘임성기 약국’은 약국 이름이 특이해 꽤 유명세를 탔던 약국으로 기억합니다. 의약 수준이 열악했던 그 시절 그 약국은 성병특효약을 처방하는 약국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는 그 약국의 이름이 상업적 효과를 노려 일부러 그렇게 지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동안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약사의 본명이었고, 그가 오늘날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76)입니다. 성병치료제를 팔아 모은 돈으로 제약회사 한미약품을 만들었고, 그 회사가 각고 끝에 제조에 성공한 신약들을 수출해서 작년 말 기준으로 단숨에 시가 총액 8조원대의 회사가 되었습니다.

작년 연초까지만도 10만원대 가던 주가가 연말에 72만원까지 뛰었고 그 결과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던 시가총액이 연말에 다섯 배 이상으로 뛰었던 것입니다. 임 회장 자신이 수조원대 부자가 된 것은 물론 주식투자자들도 대박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제약회사들은 일본 또는 구미의 선진국들과 제휴해서 그들이 만들어 팔던 약을 복제해서 파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기껏 자체 기술로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 것이 드링크제였는데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가 그런 제품으로 업계를 석권한다는 것은 사실 창피한 일입니다.

그 점에서 한미약품의 으뜸가는 공로는 국내 제약업계의 명예를 살려주었을 뿐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주식투자자들에게 신약의 미래가치를 일깨워줬고, 삼성그룹과 같은 다른 업체에게도 신약개발에 대한 자극을 가한 것도 큰 공로입니다.

둘째 공로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창업세대의 성공이라는 점입니다. 창업세대 기업인들이 거의 타계한 지금 70대 후반의 임성기 회장이 거둔 성공은 전무후무한 사례일 것입니다. 각고의 노력과 집념이 없이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입니다.

그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약국이나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관행은 제약회사들의 고질입니다만 그는 리베이트에 쓸 돈을 연구개발비로 썼습니다. 동업계로부터 욕도 먹고, 경영이 어려워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직원들의 협조를 얻어낸 힘이었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부자들은 미국의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 중국의 마윈, 일본의 손정의처럼 대부분 IT분야의 기업가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IT기업으로 성공한 젊은 자수성가 기업인들이 있지만 제조업에서는 보기 드뭅니다. 한미약품의 성공이 돋보이는 이유입니다.

CEO 스코어의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상장사 주식부호 자료를 보면 상위 10명 가운데 창업자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유일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재벌 2~3세들입니다. 그것이 한국 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려 한국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억만장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세계 부호 상위 400명을 부의 원천에 따라 분류했을 때 65%인 259명은 자수성가, 나머지 141명은 상속으로 집계됐으나 400위 안에 든 한국 부호 5명은 모두 재벌 2∼3세 상속자들이었습니다.

이를 나라별로 보면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125명 가운데 자수성가한 사람이 89명으로 71%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부자 29명 가운데는 1명만 뺀 28명이 창업가였고, 일본은 5명 모두가 창업자였습니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봅니다.

세 번째 공로는 나눔입니다. 그는 지난달 1,100억원대의 주식을 사원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가족들만 억만장자가 됐다는 회사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고생을 같이한 직원들과 성공의 과실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경영에서 나눔은 신뢰의 기반입니다. 어렵다는 핑계로 기업주가 나눔에 인색하고, 종업원을 해고할 생각이나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노동정책도 그런 쪽을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임 회장의 성공에 걸맞은 통 큰 나눔의 실천은 평소의 생각이었을 것으로 봅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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