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위기에 5대그룹 총수 '온도 차'...이재용 최태원 신동빈 '비상경영' VS 정의선 구광모 '정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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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위기에 5대그룹 총수 '온도 차'...이재용 최태원 신동빈 '비상경영' VS 정의선 구광모 '정중동'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8.0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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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최태원 '반도체 위기 동병상련'...신동빈 일본 불매운동 타격 '위기감 고조'
- 정의선, 자동차 내수 실적 도약 기회...구광모 '항일 기업 이미지' 조용한 행보 

일본의 2차 경제보복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당장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반도체 실적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라면 롯데그룹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에 세 그룹 총수들은 '동병상련'의 모양새다. 

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는 주요 계열사가 일본발 위기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어 '정중동'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여름 휴가 시즌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영진들은 휴가도 보류한 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 사태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과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위기관리 리더십을 강화하며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 온양 및 천안사업장 이어 주요 생산 현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온양과 천안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은 온양사업장에서 경영회의는 물론 구내식당에서 경영진 및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등 현장 밀착형 소통도 강화했다. 천안사업장에서는 반도체 개발 및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5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비롯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며 위기극복 의지를 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온양과 천안사업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밸류 체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직접 세심하게 챙겨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 부회장은 평택 사업장, 시스템 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있는 기흥사업장,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등을 방문해 전자 부분 반도체 및 전자 부문 밸류체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 진두 지휘, SK그룹 16개 관계사 긴급 비상회의

최태원 SK 회장도 일본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날 SK그룹도 긴급 사장단 회의가 열렸다. 

SK그룹에 따르면 5일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컨트롤타워'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사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최태원 SK 회장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통상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회의 주재는 물론 참석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흔들림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최 회장은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등에 장기적으로 피해가 우려되자 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 것이다. 

당장 SK그룹에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영향을 받는다.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중순 대한상의 포럼에서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 해법과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산 불매운동 직격탄 롯데그룹 '비상'...신동빈 회장 현장 점검 '분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산 불매운동 여파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통합경영을 하고 있는 신 회장은 평소보다 일본을 여러차례 오가며 대책 수립과 위기 돌파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 달을 넘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신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미 롯데의 브랜드별 매출 감소폭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으며 정체성 논란마저 재점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 회장은 지난 2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지난달에 이어 신 회장의 도쿄행이 잦아지고 있는 것.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5일 일본의 1차 수출규제가 내려진 직후에도 열흘 가량 일본 금융그룹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고 온 바 있다. 이번 신 회장의 도쿄행 역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반일 감정이 증폭되면서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과의 합작사로 알려진 유니클로·아사히맥주 등의 매출은 이미 반토막난 상태다. 

더군다나 수입맥주 점유율 1위를 자랑하던 아사히 매출은 6위로 추락하는 등 유통업계 내 국내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최근엔 ‘반롯데’ 정서까지 확산돼 일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그룹 계열사들의 매출 감소까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일본롯데를 모두 경영하고 있는 신 회장으로서는 양국간의 마찰로 인한 위기감이 누구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신 회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계 등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도 알려져 재계에선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알려진다.

신 회장은 지난달 28일 김포 롯데백화점·롯데몰을 시찰하는 등 현장 경영에도 나섰다. 평소 신 회장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영업장을 둘러보는 일이 자주 있다지만 이번 현장점검은 불매운동에 따른 분위기 파악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자동차 실적 바탕 국내외 행보...구광모, 계열사별 챙기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 속에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일본을 방문해 협력사까지 포함한 잠재적 공급망 위험 요인을 점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부문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0%를 넘어 일본의 수출규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차량용 부품산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이미 일본 의존도를 낮췄다. 기술 내재화를 통해 국산화율이 매우 높고, 일부 일본산 부품에 대해도 3개월 이상의 안전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는 오히려 자동차 내수 시장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어 실적 증대에 나설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찾아 계열사별 소재 개발과 확보 상황 등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 구 회장은 수시로 주요 사업장을 방문하며 현안 점검과 함께 미래산업에 대한 구상 등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현안 점검 및 대책에 나서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선 바 있다. 

LG 관계자는 "예의주시하며 대책에 나서고 있다"며 "지난 달에 협력회사에 공문을 보내 안전 재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대책 간담회에서 "한국 주력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재·부품 장비 등 국내 기초산업이 탄탄해야 할 것"이라면서 "LG도 국내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발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5대 그룹 총수들의 움직임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내외 위기 속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그룹의 비전과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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