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벤처 대부' 이민화 회장 추도식 "대한민국 벤처대국을 위해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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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벤처 대부' 이민화 회장 추도식 "대한민국 벤처대국을 위해 나아가겠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8.05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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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추도식...벤처기업인들과 언론·정관계 인사들 몰려 추도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추도사 "30년전의 벤처의 씨앗처럼 언젠가는 또 다른 큰 숲을 이룰 것"

'벤처 대부'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카이스트 교수) 추도식이 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영결식장에서 열렸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후배 벤처인들을 대표해 "이렇게 빨리 떠나신 것이 자만하고 뜨거움이 식어가는 후배들에 대한 호된 깨달음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마음에 뚜렷이 새기고 소원하시던 대한민국 벤처대국을 위해 다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벤처업계 산증인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교수)이 3일 별세했다. 고인은 향년 66세로 생을 마쳤다.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애도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과 산업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조화가 빼곡히 자리했다. 조문이 시작된 3일 오후부터 4일 저녁까지 조문객 행렬이 이어졌다. 김성식 의원(바른미래당),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임태희 전 노동부 장관, 이재웅 쏘카 대표,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부터 4년간 대한전선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 회장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85년 우리나라 1세대 벤처기업 메디슨을 창업했다. 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한 의료기기업체다. 의료 진단기 분야 사관학교로 불린다. 메디슨은 삼성전자에 인수, 현재 삼성메디슨이 됐다.

그는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세워 5년간 초대회장을 지냈다. 벤처기업협회가 회원사 1만4000곳을 보유한 거대 단체로 거듭나는데 초석을 닦았다. 벤처에 대한 인식, 개념조차 불분명했던 시절 이 회장은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를 조성했다. 1996년 코스닥 설립과 1997년 벤처기업 육성을 명시한 '벤처기업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기여했다.

고 이민화 회장 추도식 장면
고 이민화 회장 추도식 장면

정부, 기업, 학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펼쳤다. 2000년 한국기술거래소를 설립해 초대이사장에 부임했다. 2006년에는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 등과 함께 '한국을 일으킨 60인의 엔지니어'에 선정됐다.

2009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초대 기업호민관을 맡았다. 2009년 6월 이후부터는 모교인 KAIST에서 교수로 재직, 후학을 양성했다.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전파했다.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을 거쳐 최근까지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을 지내왔다.

다음은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의 추도사 전문이다.

차녀 이혜정 씨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전문]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추도사

벤처인 여러분,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여러분들의 마음 처럼, 지금 이 순간에, 저는 제가 왜 여기에 서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화 주셔서, "안 회장. 이건 벤처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셔야하지 않겠나?" 하시며, 혜안을 주시고 격려해 주실 것만 같습니다.

회장님의 원대한 꿈을 이루시기 위해 아직 하실 일이 태산과 같은데, 아직 회장님께 의지하고 지혜를 얻어야 할 후배 기업인들이 이렇게 많은데, 대체 어디로 가셨습니까?

비통하고 황망함에 지난 며칠간 그저 멍한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이 그러하듯, 지독한 슬픔을 등 뒤에 남기고 오늘 우리는 이민화 회장님과의 이별을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존경하는 이민화 회장님,

당신은 위대한 선구자이십니다.

30여년 전, 사막과 같이 척박한 이 땅에, 벤처라는 한줌의 씨앗을 직접 뿌리셨으며, 살을 에는 겨울에는 새싹이 죽을까봐, 숨막히는 여름에는 행여나 목마를새라, 평생을 노심초사 하셨습니다.

이제 벤처의 숲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세계시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늘 아쉬워 하셨듯이, 비록 아직 부족하지만 30여년전 회장님 손을 떠난 씨앗이 이렇게 풍성한 숲을 이루어 후배들의 그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힘든 세월 동안, 회장님의 두 손에 생기다 아물다 했을 상처, 마음속의 외로움과 절망을, 이 아둔한 후배는 이제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민화 회장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큰 등을 가진 선배님이자, 위대한 사회 운동가이셨습니다.

철없던 후배들의 손을 잡아 주고, 투정을 받아주시며,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벤처인들을 길러내셨습니다.

또, 회장님이 그토록 목이 터져라 설파하셨던 기업가정신은, 벤처생태계의 영역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비전까지로 확장되었고, 30년전의 벤처의 씨앗처럼 언젠가는 또 다른 큰 숲을 이룰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엔지니어이면서도, 기업과 인문학과 역사를 넘나들었던 회장님의 사고와 학문의 깊이는 도무지 그 끝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고백컨대, 가끔은 회장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할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지나고 해가 지나면, 회장님이 왜 그때 그런 화두를 던지셨고 왜 고민하셨는지를 깨달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며칠사이에, 이제 대한민국 벤처는 누가 이끌어가냐는, 누가 이민화 회장님의 역할을 대신하냐는 탄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단언컨대, 그 누구도 이민화 회장님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후배 벤처인들 하나 하나가 힘을 모아 이민화라는 큰 산을 다시 쌓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민화 선배님, 

당신이 계시지 않는 그 큰 자리를 이제는 저희 후배들이 채워나가야 합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두렵습니다.

이렇게 빨리 저희 곁을 떠나신 것이, 마치 자만하고 뜨거움이 식어가는 후배들에 대한 호된 꾸지람으로 느껴져서 가슴이 더욱 아파옵니다.

저희 후배들은 이 아픔과, 선배님에 대한 애모를 마음속에 뚜렷이 새기고, 선배님이 그토록 소원하셨던 대한민국 벤처대국을 위해 다시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하늘나라에서도 예전의 선배님처럼, 그 치열하고 열정으로 가득찬 삶의 교훈을 후배들에게 내려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 여름도 곧 가겠지만, 올해 여름은 차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벤처기업협회장 안건준 올림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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