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에 멈춘 나주 SRF, 해법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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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에 멈춘 나주 SRF, 해법 보이지 않는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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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뒤 2년 가까이 멈춰… 주민들 LNG 전환 요구
한국지역난방공사, 손해배상비용 등 대책 마련 없이 전환 불가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나주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2년 가까이 멈춰 있다. SRF 발전소를 놓고 주민과 지자체, 운영처가 얽혀 소송전만 이어지고 있다. 준공 전 시행한 시범 운영을 빼면 설비를 돌리지 못해 손해는 쌓인다. LNG로 전환해달라는 주민 요구를 들어줬을 때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떠안을 피해도 막대하다.

전남 나주 산포면 신도산단길에 있는 나주 SRF발전소는 2017년 12월 준공됐다. 그 뒤 주민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준공 전 3개월 시험 가동만 한 뒤 설비가 멈춰섰다.

주민들의 SRF 발전소 운영 중단 요구가 본격화한 시점은 시험 가동 때부터다. 나주 이외 지역 쓰레기가 발전소 연료로 쓰인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전남 3개 권역 목포·신안권, 순천·구례권, 나주·화순권의 폐기물만 쓰기로 해놓고, 광주 지역 폐기물이 들어왔다는 게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측 주장이다.

지역난방공사 설명은 범대위 주장과 다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광주 지역 폐기물의 나주 SRF 발전소 연료 사용은 이미 2013년 때 결정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전남권 폐기물만으로는 발전소 가동 자체가 힘들다고 전했다. 폐기물을 하루 400톤 넘게 처리할 계획으로 들어선 SRF 발전소 가동에는 최소 300톤 이상의 연료가 필요하다. 애초 전남권 전체 폐기물 150톤 정도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범대위는 SRF 발전소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SRF 발전소가 미칠 환경 피해를 우려해서다. 이 요구 역시 지역난방공사 측이 들어주기에는 힘든 측면이 있다. 허가와 공사는 물론 시험가동까지 모두 마친 상태인 데다 SRF 발전 투자비 1500억가량이 그대로 매몰비용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발전 설비를 철거한 뒤 LNG를 쓸 수 있는 발전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데다 SRF 연료를 가져오기 위해 지자체와 한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비용도 물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불이행 손해배상비용으로 1년에 최소 18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기간이 15~20년이라 손해는 매년 커질 전망이다. 허가와 공사는 물론 시험가동까지 모두 마친 지역난방공사 측이 비용 보전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LNG로 바꿀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소송전도 펼쳐졌다. 지역난방공사는 현재 나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SRF 발전소가 돌아가지 못하면서 손해를 보게 된 광주 생활폐기물 연료 업체에서는 지역난방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나주 SRF 발전소를 LNG로 바꾸는 게 경제성이나 환경 측면에서 더 나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발전소가 멈춘 데는 쓰레기를 태우면 나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 요인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나주 SRF 발전소에는 탈진 시설과 탈황 시설 등 환경 오염 물질 저감 시설을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며 “단순히 소각장을 짓는 것보다 오염물질을 더 많이 잡아내는 데다 열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에서도 시범 운전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이 법적 기준보다 더 낮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주택가에 인접해 가동되는 소각장보다 환경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소각장이 종량제 봉투를 그대로 태우는 반면 쓰레기를 파쇄한 뒤 SRF 발전소는 타지 않는 불연물을 걸러 폴리염화비닐(PVC) 등으로 인한 다이옥신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열병합발전소 대신 보일러로 열을 공급하는 게 오히려 환경에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집진이나 탈진 설비로 오염물질을 잡는 발전소와 달리 보일러에는 그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화석연료인 LNG나 쓰레기를 태우는 SRF나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설비를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단순히 쓰레기를 태운다는 인식 때문에 SRF 발전소를 혐오시설로 받아드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LNG를 태우는 게 오염물질 총량 배출 관점에서 본다면 환경성은 더 나으리라 본다”면서도 “LNG 전환 여부는 짓기 전에 결정할 문제지 이미 지어진 상황에서는 고려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주민 반대로 착공 전에 SRF에서 LNG로 연료를 전환한 충남 내포 열병합발전소는 논란이 재점화한 상태다. LNG로 열병합발전소를 돌리려면 500MW 이상이어야 해 용량을 더 늘렸더니 오염물질이 더 많아졌다며 주민들이 다시 반대에 나선 것이다.

유 교수는 “환경부 자원순환국에서 쓰레기도 에너지라며 장려하던 정책인데, 미세먼지 문제가 심해지자 대기국이 슬그머니 미세먼지 종합 대책에 넣어 막고 있다”며 “정부가 오락가락 정책을 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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