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독사 이빨’에서 착안, 약물 통증없이 빠르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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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독사 이빨’에서 착안, 약물 통증없이 빠르게 전달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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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뒷어금니 독사' 본뜬 액상 약물 전달 패치 만들어
기존 실린지 주사기 바늘(오른쪽)과 새롭게 제안된 미세 주사기.[사진=한국연구재단[
기존 실린지 주사기 바늘(오른쪽)과 새롭게 제안된 미세 주사기.[사진=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팀이 뒷어금니 독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액상 약물전달 패치를 고안했다. 통증 없이 빠르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미세 홈 구조에 의한 모세관 현상으로 빠른 침투가 가능하고 주사기와 비교했을 때 통증이 줄었다.

이번 연구는 피부 장벽(각질조직)을 뚫고 압력으로 약물을 밀어 넣는 기존 실린지 주사 대신 거부감이 적고 통증이 완화된, 붙이는 패치 형태의 액상 약물 전달방식이어서 관심을 끈다. 피부 침투를 위한 바늘과 액체를 밀어 넣기 위한 실린지가 결합한 주사기는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백신 등의 전달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1852년 프랑스의 Charles Pravas가 발명한 주사기이다. 지금도 이 방법으로 피부로 약물을 전달한다. 또 주사기의 구조는 앞어금니 독사(Front fang snake)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주사기의 단점은 주사 맞기 직전의 긴장감과 맞을 때의 ‘따끔함’, 이후 통증 등이다.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없애고 큰 압력 없이 가볍게 패치를 눌러 붙임으로써 수 초 내에 액상 약물을 그대로 전달할 방법을 제안했다. 결정적 단서는 독을 밀어 넣는 압력기관이 없음에도 수 초 만에 먹이의 피부 안쪽으로 독을 전달하는 뒷어금니 독사(Rear-fang Snake)에서 얻었다.

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사진=한국연구재단]
실제 제작된 독사 어금니 모사 약물전달패치.[사진=한국연구재단]

아주 미세한 홈(groove)이 있는 어금니가 피부 표면에 아주 미세한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모세관 현상에 의해 아무런 외력 없이 독이 침투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어금니 모사 구조체 100여 개를 배열한 엄지 크기의 스탬프형 약물전달 패치를 제작했다. 이를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머리카락 굵기 두세 배 길이의 어금니 모사 구조체 하나하나가 각각 실린지 주사기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마우스, 기니피그 모델에 해당 패치를 부착해 특별한 외력 없이 5초 만에 백신과 유효성분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배원규(숭실대)·정훈의 교수(UNIST) 연구팀이 수행했다. 배 교수는 "자연 모사 공학의 문제해결 기법을 이용해 기존 실린지 주사기 장점인 액체 약물을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큰 바늘과 높은 압력으로부터 기인하는 거부감이나 통증을 극복한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8월 1일자(논문명 : Snake fang–inspired stamping patch for transdermal delivery of liquid formulations) 표지로 실렸다.

이번 논문에서 'Front Fang Snake'와 'Rear Fang Snake'를 어떻게 번역하느냐를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앞송곳니' '뒷송곳니' 등으로 표현했는데 한국연구재단에서 '앞어금니' '뒷어금니'로 수정할 것을 권고받았다.

한편 이정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박사는 이와 관련 "해당 영문명에 대한 정확한 국명은 아직 관련 학계나 생물관련 기관들에서 정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Front fang snake 은 '앞 독니 뱀 또는 전 독니 뱀'으로, Rear fang snake는 '뒤 독니 뱀 또는 후 독니 뱀'으로 명칭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박사는 "참고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들 가운데 'Front fang snake'에는 쇠살모사, 살모사, 까치살모사가 있고 'Rear fang snake'는 '유혈목이'가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앞송곳니 독사(왼쪽)와 뒷송곳니 독사.[사진=한국연구재단]
앞어금니 독사(왼쪽)와 뒷어금니 독사.[사진=한국연구재단]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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