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10센티미터 두께로 20년 버텨 …원전 신뢰 구멍
상태바
한빛원전, 10센티미터 두께로 20년 버텨 …원전 신뢰 구멍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7.25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7㎝ 공극에도 불구 종합누설시험 통과…시험기관 신뢰성 의구심
공극 메우고 원전 가동? 원전 안전 전문가 “어떻게 믿나”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한빛원전을 방문해 격납건물 내부 철판 부식와 콘크리트 공극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1일 한빛원전을 방문해 격납건물 내부 철판 부식와 콘크리트 공극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 원자력 신뢰에 큰 구멍이 생겼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에서 157㎝ 대형 공극(구멍)이 발견돼서다. 콘크리트 최대 두께가 167㎝ 정도로 한빛 4호기는 20년 넘는 시간을 10㎝ 밖에 안되는 두께로 버텨온 셈이다.

지역 주민들은 1990년대 건설 시점부터 격납 건물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지적해 왔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고 봤다. 쏟아져 나오는 공극에도 안전과 관련해 별다른 검사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무능도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3일 발견된 공극은 격납건물 172피트 높이의 관통부에서 발견됐다. 격납건물의 방사능 유출 방지용 내부철판(CLP)과 콘크리트 사이다.

원전 당국은 공극 발견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전면적 조사와 건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종합누설시험(ILRT)을 5번 했는데 한 번도 샌 적이 없어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의 이하영 부위원장은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으니 10㎝가 있어도 괜찮다면 168㎝까지 만든 이유가 뭔가”라면서 “콘크리트 채워 넣고 철판 다시 때우면 가동하려 들 텐데 주민들은 확실한 대책 마련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통과했다고 말한 종합누설시험은 설계기준 사고에 해당된다. 3.3기압 혹은 3.5기압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기준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설계기준 사고를 통과하려면 6㎜ 철판만 있어도 된다”며 “깡통만 씌워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일본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나면 큰일난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자력계는 격납건물의 안전성을 자랑해 왔다. 원전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나 러시아 체르노빌과 달리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싸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번에 157㎝ 공극이 발견 사례를 보면 이런 자신감이 민망해진다.

한 소장은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종합 안전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수조사가 힘들다면 적어도 안전 조건을 제시해 안전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판단할 능력이 원안위에 없다는 게 한 소장의 진단이다. 한수원이 격납건물 공극을 메운 뒤 원전 가동 승인을 요청하면 원안위가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원전을 돌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 소장은 “부실공사를 한 한빛원전 격납건물에 철근을 빼돌렸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원안위가 종합 안전 방법을 제시해 검사를 하면서 10~20등분으로 건물을 나눠 공극 검사를 꾸준히 해나가는 방법을 원안위가 제시해야 하는데, 뒷짐 지고 물러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극 발견으로 원자력계 신뢰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극을 메우고 철판을 때우는 방식의 처방만으로는 뚫려버린 안전에 대한 믿음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격납건물 구멍이 아니라 원자력계 신뢰가 뚫려버린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데서 충실히 하지 않고 세계 최고만 외쳐댄 결과”라고 꼬집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