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일본 수출규제, 정부 답답한 대응...기업, 보름 만에 ‘소재 국산화’ 성과
상태바
[한일 경제전쟁] 일본 수출규제, 정부 답답한 대응...기업, 보름 만에 ‘소재 국산화’ 성과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7.19 1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업계 "정부 대응이 답답한 측면 있어...보다 현실적 방안 필요"
- 삼성·SK·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소재 국산화' 가속
- 백색 국가 배제 등 추가 규제에 대응해 다양한 조처 시행
일본 정부가 단행한 수출규제에 대응해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며, 일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단행한 수출규제에 대응해 기업들이 소재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며, 일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눈 뒤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단행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내 대기업이 소재 국산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수출 제한 시행 보름 만에 일부 기업에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LG디스플레이 등 일본 수출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산 소재 도입 테스트를 적극 진행하고 있다.

폴리이미드와 불화수소의 경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국내 기업으로부터 샘플을 받아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과가 일부 나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매체에선 공정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가 앞서 4일부터 수출 제한을 시행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은 현재 다방면으로 국산화ㆍ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와 대만·중국·러시아 등 다양한 기업에게 샘플을 받아 공정에 적용이 가능한 지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이 수출 우대 대상국인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등 수출품 규제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 점차 확실해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금은 수출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추후 타격이 예상되는 소재들의 국산화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력 반도체 생산에 핵심 소재지만, 일본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타크리스 PR’ 등을 국산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앞서 녹색경제신문이 단독 보도한 <삼성·SK, 日 수출 제한 시 ‘핵폭탄’ 될 거라는 ‘타크리스 PR’ 국산화 검토...백색국가 배제 대응책 마련 사활>을 참조하면 된다.

일각에선 이같이 기업들이 성과를 보이자, 정부의 현재 움직임에 비판을 보내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가 외교적 문제에서 불거졌음에도 해결은 기업이 하고 있다는 견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경제 규제다. 외교적 해법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효과는 미진해 대기업들이 일부 거둔 성과와 대조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순도 불화수소의 낮은 국산화율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순도 불화수소의 낮은 국산화율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8일 다급한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발언을 해 이 같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고 한다”며 “핵심부품을 대기업에서 모두 만들 순 없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에 대해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긴 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마다 필요한 불화수소의 크기나 분자구조 등 제품이 다 다르다”고 반박했다.

반도체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는 99.999%~12N(99.99999999%)로 매우 순도가 높다. 만약 낮은 순도를 사용하면 수율(합격품 비율)이 급격하게 낮아져 수익성이 저하된다. 업계에선 0.01%의 불순물로도 수조원대 소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서도 일본 기업 수준의 고순도 불화수소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극히 소량으로 제작되고, 이 생산 과정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다. 국산 불화수소의 순도는 97% 정도라 핵심 공정인 식각(에칭)보단 세척에 주로 사용된다.

박영선 장관의 말은 수익성과 직결된 불화수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더욱이 마치 현재 반도체 산업의 낮은 국산화율이 대기업 탓인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이 일본과 생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조처를 하는 상황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려 동분서주하고 있어 박 장관에 대한 비판의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외교적 성과는 아직 미비하다. 답답한 국면이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9일 오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남 대사의 모두발언 도중 말을 끊고 반박하는 결례 보이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징용배상 판결을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에 응하지 않았다는데 거칠게 항의한 모습이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근래 판결을 이유로 해서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뒤엎는 일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본 외무상은 또 이날 곧바로 담화를 발표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면서 추가 경제 보복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방안으로 이날 “주요 소재·부품·설비의 국산화를 앞당기겠다”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주 52시간제를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임시적·한시적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선 당장 조 단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관측되는 비상 상황에서 정부는 다소 답답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시국에서 근로시간 조절 같은 대응보다 더욱 실질적인 해결책이 현장에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