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지금까지의 날씨는 잊어라…‘메가(MEGA)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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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품다] 지금까지의 날씨는 잊어라…‘메가(MEGA) 시대 온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1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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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홍수, 메가 가뭄 찾아온다”

 

기후변화로 지구촌 날씨 유형이 바뀌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기구, 연구기관들은 하나 같이 “앞으로 메가(MEGA)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가 오면 ‘큰 비’가 오고 가뭄이 시작되면 ‘큰 가뭄’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 마디로 ‘극심한 날씨’가 미래 날씨 유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NASA 측은 최근 “지난해 있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형 산불, 올해 유럽의 때 이른 불볕더위로 산불이 발생했는데 앞으로 가뭄이 계속되면서 산불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던 최악의 산불인 ‘캠프파이어(Camp Fire)’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 1만4000개 빌딩이 파괴됐다. 88명이 숨졌고 ‘캠프파이어’로 집계된 피해액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산불은 왜 일어났을까. 전문가들은 ‘가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가뭄은 대형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 비가 오지 않고 건조해 지면 나무와 식물이 마른다. 이렇게 바짝 마른 초목들은 불에 타기 쉬운 최상의 조건을 갖춘다. 이런 상황에서 번개, 전기과 사람의 실수 등으로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NASA 측은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마른 초목에 불이 나면 순식간에 통제 불능 상황으로 빠진다”고 분석했다. NASA 측은 “최근 기후변화로 비가 더 많이 오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가뭄이 더 심각해지는 곳도 있다”며 “가뭄이 계속되는 지역은 화재 위험이 그만큼 더 크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벤 쿡(Ben Cook) NASA 박사는 ‘메가 가뭄’을 연구하고 있다. ‘메가 가뭄’은 말 그대로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긴 가뭄’을 말한다. 이미 미국은 1100~1300년 사이에 ‘메가 가뭄’을 경험한 바 있다. 벤 쿡 연구팀은 토양 수분 데이터, 17개의 미래 기후모델을 통한 가뭄 심각성 정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분석한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미국에서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메가 가뭄’ 위험이 찾아올 확률은 80%에 이르렀다. 벤 쿡 연구팀은 “메가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80%에 이를 것이란 것도 충격인데 무엇보다 미래에 찾아올 메가 가뭄은 그 이전 가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벤 쿡 박사는 “메가 가뭄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형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해 많은 피해를 끼쳤다.[사진=NASA]
최근 세계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해 많은 피해를 끼쳤다.[사진=NASA]

아담 코찬스키(Adam Kochanski) 유타대학 대기과학자는 “메가 가뭄으로 나무와 식물이 바짝 말라 있을 때 산불이 발생하면 그 화염은 숲의 가장 높은 곳(캐노피)까지 치솟을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며 “지금과 다른 산불 유형이 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통제 불능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찬스키 박사가 NASA 인공위성 데이터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가뭄이 산불을 일으키고 산불은 또 지역 날씨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산불로 바람이 지역 날씨 유형을 바꿔버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산불은 겨울철 눈이 녹는 것에도 영향을 끼친다. 켈리 글리슨(Kelly Gleason) 포틀랜드 주립대학 교수 연구팀은 NASA 아쿠아 위성에 탑재된 모디스(MODIS)로부터 16년 동안 미국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눈이 녹는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 관찰했다. 글리슨 교수는 “화재에서 발생하는 부스러기들이 눈을 덮어 더 어둡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불이 난 이후 15년 동안 화재 영향은 눈 속에 남아 있었다”고 진단했다. 하얀 눈이 어두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햇볕을 더 많이 흡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리슨 교수는 “사람으로 치자면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두워진 눈이 더 많은 빛을 흡수하고 화재로 숲의 캐노피가 사라지면서 또 더 많은 빛이 내리 쬐면서 눈이 더 빠르게 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리슨 교수 연구팀이 2000~2016년 사이 발생한 850개 화재를 분석한 결과 화재 발생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5년 정도 더 빨리 눈이 녹아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NASA 측은 이 같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설명하면서 “미래 날씨는 ‘메가’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가뭄과 산불, 이 영향으로 인한 눈 녹아내리는 기간 등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미래 재앙에 대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메가 가뭄'이 찾아오면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NASA 측은 경고했다.[사진=NASA]
'메가 가뭄'이 찾아오면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NASA 측은 경고했다.[사진=NASA]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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