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의 ‘내로남불’... 배민이 하면 합법이고, 쿠팡이 하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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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의 ‘내로남불’... 배민이 하면 합법이고, 쿠팡이 하면 불법?
  • 양현석 기자
  • 승인 2019.07.11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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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장부’서비스 요기요 ID 및 비번 요구... 요기요 반발에도 강행 입장
요기요, 10일 배민에 중단 요구 공문 발송... 법적조치 여부는 검토 중
영업비밀 침해로 가맹점 뺏어간다고 공정위 신고한 쿠팡에는 조정 신청
배달의민족이 요기요 측의 공식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요기요 ID/비번 수집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배민 홈페이지.
배달의민족이 요기요 측의 공식 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요기요 ID/비번 수집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배민 홈페이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 대해 요기요가 10일 ‘요기요의 ID와 비밀번호 수집 중단’을 요구하는 공식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배민은 해당 서비스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본지의 단독 보도(7월 7일자, [단독] 배달의민족, '요기요 아이디와 비번 내놔라'... 개인정보 요구 논란) 이후 배민은 요기요 ID와 비밀번호 제공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공지를 변경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공지를 변경했다”고 변명하고 있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가맹점들을 빼돌리려고 했다면서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한 건은 조정신청을 내고, 쿠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배민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배민의 최근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다른 기업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한 ‘내로남불’의 전형적 형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요기요 ID/비번 요구 사건’은 배민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이 배민장부의 기능을 확대하며 가맹점주에게 경쟁 앱인 요기요 ID 및 비밀번호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요기요 ID/비번 제공을 필수로 공지했던 배민은 논란이 되자 이를 선택으로 수정 공지했고, 지난 7일 새벽 본지가 이를 단독 보도해 큰 파장이 일자, 8일에 배민광장 기능 확대를 공식화하면서 이 서비스가 경쟁 앱 매출 정보를 보려하는 목적이 아닌 가맹점주의 편의 강화를 위함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같은날 저녁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측에서는 “배달의민족에 사장님의 요기요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수집을 중단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며, 면밀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배달의민족이 사장님들의 요기요 아이디, 비밀번호를 수집하는 과정에서의 불법성에 관해 검토하고 있으며, 사장님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확인되는 즉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배민을 압박했다.

또 지난 10일 요기요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배민 측에 요기요 ID/비번 수집 중단을 요청하는 공식 공문을 메일로 발송할 계획”이라면서 “법적 조치를 취할지 여부는 배민측이 어떻게 하는 지에 따라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밝힌 요기요 ID/비번 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하는 예시 화면.
배달의민족이 밝힌 요기요 ID/비번 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하는 예시 화면.

 

그러나 배민이 요기요 ID/비번 수집을 중단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배민은 지난 9일 “배민장부에서 보여 드리는 것은 ‘외식업주가 요기요를 통해 올리는 매출액 정보’이고, 요기요를 통한 업소의 매출액 정보는 요기요의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음식점 업주의 것”이라고 요기요의 주장을 반박했다.

배민은 또 “요기요를 통해 올린 본인 업소의 매출액 정보를 배민장부에서 더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추가하는 데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쳤다”면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배민과 요기요 등 배달앱 1, 2위 사업자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며 법적 조치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한 데 반해, 배민은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쿠팡에 대해서는 조정 신청을 제출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대비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한 배민은 최근 공정위에 조정신청을 내고, 쿠팡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여기서 배민은 쿠팡 측에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요기요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자영업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자”고 묵살한 것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배민의 태도에 대해 유통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배민 가맹점에게 접촉해 계약을 유도한 행위는 ‘공격적 영업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는 반면, 배민이 업주들의 요기요 ID/비번을 수집하는 것은 어떤 목적이든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배민의 내로남불 인식을 꼬집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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