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규제에 발 묶인 금융데이터 산업
상태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규제에 발 묶인 금융데이터 산업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7.11 0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대통령 나서 강조해도 ‘나는’ 글로벌 ‘기는’ 한국
-손정의 회장,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국가 간 총성 없는 ‘데이터 전쟁’
-“빅데이터 산업은 대세”...‘데이터 경제 3법’ 처리에 정치권 각성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Big Tech) 기업과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산업 진출에 사활을 걸고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법적 토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原油)"...대통령 나서 강조해도 ‘나는’ 글로벌 ‘기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8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정보보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原油)에 비유하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를 넘어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데이터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당부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열린 '2019 정보보호의 날 기념 세미나'에서 현재 국회 심의 중인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경제 3법'의 개정을 전제로 “정보보호와 금융보안이 완비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통해 마이페이먼트와 마이데이터를 비롯한 혁신금융서비스의 성과를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디지털 금융혁신은 더욱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와 금융당국도 전향적인 자세로 손발을 맞춰 혁신금융을 통한 금융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금융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데이터 금융의 현 주소는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안이 기약 없이 20대 국회에서 장기 표류 중인 상황으로 여전히 규제의 늪에 빠져 발이 묶인 지 오래다. 국내 핀테크 업계는 데이터 사용 관련 규제 해제에만 목을 매고 있는 형편이지만 정치권은 업계의 시급한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다.

반면에 전 세계 각 국가들은 글로벌 트렌드가 빅데이터 관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법·제도적 절차를 재빨리 손질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에 따르면 내년 핀테크 업계 예상 거래금액이 5조 3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규모가 크게 늘면서 데이터 금융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회장,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국가 간 총성 없는 ‘데이터 전쟁’

한편, 지난 4일에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경제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며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육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유니콘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 100조 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VF)'를 운용하면서 우버, ARM 등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쿠팡에 3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한 바 있다.

손 회장이 강조한 AI 기반 산업 가운데 핵심은 빅데이터 산업이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산업의 성숙도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AI 분야에서 출발이 늦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손 회장은 이번 접견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국은 AI 후발국가지만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기업뿐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도 ‘총성 없는 데이터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에 비해 국내 데이터 거래 시장의 개화가 늦고, 인구 또한 적어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 총량도 경쟁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달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이 소개되고 약 5천여 개 금융기관의 금융데이터를 각 업계에서 직접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문이 열리면서 국내 시장도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 빅데이터 산업으로부터 발생한 비즈니스 모델은 결제, 대출, 보험 등 금융권뿐 아니라 유통, 부동산, 문화 등 각 영역에서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직도 은행, 카드, 증권 등 각 금융기관 간에는 칸막이가 존재해 금융 데이터의 공유나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한 업종이나 업권 내에서 발생한 데이터만을 대상으로 분석했다면 지금은 본업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외에도 다른 산업 간 이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한 데이터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이 33% 정도인 반면에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5.8%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법적 불확실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쓸 만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의료, 통신 등 기업들이 정보를 시장에 꺼내 놓을 동인이 없다”며 “과기정통부 등 유관부처가 추진 중인 정책과 협업을 통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빅데이터 산업은 대세”...‘데이터 경제 3법’ 처리에 정치권 각성 필요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 핀테크 업계는 모두 금융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 대한 대책 마련의 시급함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주도로 ‘역대급’ 속도를 내며 진행 중인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혁신금융을 통한 금융 산업 변화에 금융당국과 업계의 의지가 강해 정치권에서 발목 잡고 있는 현재의 복잡한 규제가 풀리는 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데이터 사업 활성화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핀테크 기업 대표는 “데이터 경제 3법은 핀테크 업계와 금융 데이터 산업 발전에 너무나도 중요한 법안인데 국회에서 그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회에 계류된 지 오래돼 이제는 법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업계 입장에서는 법안 통과에만 목을 매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빅데이터 산업 경쟁에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 다른 데이터 산업 전문가는 “민간업계는 늘 데이터에 목이 마른 상황”이라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인프라의 확산과 더불어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이뤄져야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이 쏟아 부은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며 “빅데이터 산업이 대세임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데이터 경제는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초기 데이터 시장이 잘 조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에서 데이터 경제를 주도하려면 관련 법과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치권이 이 부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기울였던 노력도 허사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