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문 대통령, 기업 이해 높아지는 '전화위복'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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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문 대통령, 기업 이해 높아지는 '전화위복' 계기될까?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7.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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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제한 조치 예고한 1일부터 정부 관계자, 기업인 자주 만나
문재인 대통령 10일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직접 주재도
문재인 정부의 기업 인식 변화하는 계기 될지 주목
[사진=청와대 홈페이지·SNS]
[사진=청와대 홈페이지·SNS]

4일부터 본격화한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이 수출제한 조치를 예고한 1일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기업 경영진들을 만나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10일 오전엔 문 대통령이 청와대서 직접 30대 대기업 경영진과 대책 회의(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기업 간 관계가 새롭게 구축되는 기회가 될지도 관심사다.  

10일 한 재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와 통화에서 "한 두번 만나는 것으로 기업 현장을 잘 알게 되긴 어렵지만,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있다"며 "기업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필요한지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간 재계를 비롯한 대기업 관계자 사이에선, 현 정부가 기업을 협력이나 지원 대상이 아닌 적폐로 여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또, 현 정부가 줄기차게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기업이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완화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까지 덮치면서 기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 같은 상황서, 문 대통령이 10일 30대 대기업 경영진과 일본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규제완화'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하자 기업 현장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단기 대책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그 절차를 간소화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며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근본 대책으로 "특정 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는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세제와 금융 등의 가용 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재벌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분할 수 있다는 정부, 구분하기 어렵다는 재계

반면, 일본과의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공정경제'라는 이름 아래 재벌·대기업을 적폐로 놓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일본 수출제한 조치)이 워낙 크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기업의 사정을 듣고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몇 번 만나는 것만으로 정부 기조가 바뀌거나 접점이 더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가 열리기 바로 전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경제 정책에 재벌개혁이 포함됐다"며 "일본 무역분쟁으로 이번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을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9일 청와대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정부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갑을문제 해소) ▲기업지배구조 개선(재벌개혁)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 권익 보호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공정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순환출자 공시대상집단이 2017년 282개에서 올해 12개, 상호출자제한집단이 2017년 93개에서 올해 5개로 대폭 줄어든 것을 큰 성과로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과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별개라고 생각하는 정부와 별개이지 않다는 기업 간의 온도차가 "전례 없는 비상 상황"(문재인 대통령)에서도 여전한 셈이다. 

10일 청와대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는 30대 대기업 총수 및 경영진 등이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일본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10일 청와대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는 30대 대기업 총수 및 경영진 등이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일본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한·일 양국 경제적으로 밀접해... 무역분쟁,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해야"

다른 재계 관계자는 "간혹 무례한 말을 하는 일본이 감정적으론 미울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정부가 정치·외교적으로 이번 분쟁을 해결해, 경제로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지혜로운 대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을 앞세우면 오히려 기업들이 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며 "정치·외교와 경제를 분리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둘을 구분해 이번 사태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해줬음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10일 간담회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대기업들의 협력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해선) 정부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 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 경제를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기업을 활용해 한국 때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움직이는 건 전략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날 청와대 간담회서 한 참석자는 "장비 쪽보다 소재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낮다. 전자 분야 소재 부품의 경우 최고급품이 필요하며, 여기 들어가는 소재도 높은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소재를 국산화하려면 긴 호흡을 가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추진하겠다고 밝힌 주요 부품·소재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 등은 우리 기업을 활용해 일본 경제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을 앞세운 보복 행위라고 해석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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