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청소부 ‘오토파지’ 조절…간경변 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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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청소부 ‘오토파지’ 조절…간경변 억제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7.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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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 ‘오토파지’ 조절 간경변 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지방간 유발 제브라피시(NAFL)의 간(민트색)에 신약후보물질을 0.5µM, 1µM로 증가해 투여하자 정상 간(파랑색)으로 회복됐다.[하진=화학연]
지방간 유발 제브라피시(NAFL)의 간(민트색)에 신약후보물질을 0.5µM, 1µM로 증가해 투여하자 정상 간(파랑색)으로 회복됐다.[하진=화학연]

세포 청소부로 알려진 ‘오토파지’를 조절해 간경변 유발인자 발현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이 개발됐다. 마땅한 간경변 치료제가 없는 터라 상용화되면 간경변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 질환은 ‘정상간→지방간→간경변→간암’의 순으로 악화된다. 간경변은 지속 염증과 치유 반복으로 간세포가 섬유화(정상 간세포가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치돼 딱딱하게 굳으며 정상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드는 현상)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의약바이오연구본부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 배명애 박사팀은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간섬유화를 막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일반 설치류 동물과 세포 모델뿐 아니라 제브라피시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시험에서 후보물질에 의한 지방간과 간병변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제브라피시는 포유동물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어 최근 전임상 시험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화학연은 최근 토트사이언스에 기술을 이전했다. 앞으로 화학연과 토트사이언스는 전임상 단계를 포함해 간경변 치료제 후보물질의 공동연구에 나선다.

간경변은 40대 남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간 질환이다. 상당수가 간암으로 악화된다.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워 초기에 효과적 치료가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5년 동안(2013~2017년) 간경변 환자는 남성(25만495명)이 여성(15만456명)보다 1.6배 더 많다. 나이별 분포에서는 40대에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경변 경구용 합성의약품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시판되는 간경변 치료제는 지방간(간경변 전 단계)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간세포의 활성을 도와주는 보조치료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자가 줄기세포제를 이용한 의약품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데 비싸 경제적 부담이 크다.

화학연이 이번에 개발한 후보물질은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스스로 더 필요하지 않은 소기관이나 구성요소 등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재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리스어 ‘auto(자신의)’와 ‘phagein(먹다)’의 합성어로 벨기에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뒤브가 명명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지방간 축적 실험을 진행했다. 지방간 유발 제브라피시 치어에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하고 지방 특이적 형광 염색을 통해 분석했다. 약물 농도(0.5µM→1µM) 증가에 따라 지방간 형성이 확연히 감소했다. 특히 신약후보물질 1µM를 투여했을 때에는 정상 제브라피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간경변 유발 설치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간 섬유화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배명애 센터장은 “간 섬유화 억제 정도를 면역염색법으로 평가했더니 약물 투여군에서 대리석 무늬처럼 생긴 흉터 조직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오토파지 활성으로 간경변 유발인자가 억제된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팀은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후보물질의 작용기작을 규명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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