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낮은 국산화율 부작용' 일본 보복성 경제 조치에 "뼈 맞았다"...규제 장기화 우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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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 '낮은 국산화율 부작용' 일본 보복성 경제 조치에 "뼈 맞았다"...규제 장기화 우려 '초비상'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7.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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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산업, 낮은 ‘낮은 국산화율’ 부작용 현실화
- 디스플레이, 반도체보다 영향 적지만...갤럭시 폴드 출시에 또 '걸림돌'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WTO 제소 비롯 대응 조치 취해 나가갈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국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정조준 한 경제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IT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낮은 국산화율’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핵심 소재들의 한국 수출절차를 까다롭게 바꾸는 등의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일본의 이번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LG·SK 등은 “단기적인 피해는 미비하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포토레지스트(PR),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작업에도 돌입한다.

수출절차가 개별수출허가로 바뀌면 일본 기업은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관련 법규상 해당 절차에만 최대 90일 가량 소요된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직접적 피해를 줄 수 있을 수준으로 경제보복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본의 재재가 한·일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필수소재 3개 품목 재고 소진 시 타격 확실시...수입 일정이 관건

일본 정부가 수출을 제한한 필수소재 3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핵심 품목으로,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분야다.

국내 업체와 중국 등에서 일부 생산하고 있지만, 일본의 품질을 대체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일본 기업의 납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

일본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국내 주요 산업에 타격을 줄 방법으로 ‘수출제한’ 카드를 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서 한 직원이 생산에 필요한 설계 회로도 기판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라인에서 한 직원이 생산에 필요한 설계 회로도 기판의 이상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에칭가스(불화수소)는 회로를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원료이고, 리지스트는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품’이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격탄이 됐다.

실제로 두 기업은 고품질의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에서 80~90%정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고도 2~3개월 치 분량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재고가 모두 소진된다면 최대 90일 이후에 원료를 공급받는다. 반도체 라인이 멈출 수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까다로운 수출 절차’를 빌미로 소재 공급을 지속적으로 거부할 경우, 피해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탄'...단기적인 수요 충당· 장기적인 대안 고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에 단기적인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과 장기적인 대안을 함께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제품을 주문한 뒤 심사가 길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 기간에 재고가 모두 소진이 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가 빨리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심사를 의도적으로 미룬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일본을 제외하곤 품질을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종 리스크에 대비해 여러 거래선의 다변화를 진행해 왔다”며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지만, 신고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만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의도적으로 거래를 장기적으로 중단할 경우엔 피해가 일부 발생할 것”고 분석했다.

이어 “외교적 문제에서 시작된 규제라 기업 입장에서 당장 어떠한 조치를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LG디스플레이 "상황주시"...삼성, 갤럭시 폴드 '양산 차질’

디스플레이 업계의 상황은 반도체 산업보단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전자의 야심작인 갤럭시 폴드에 또 다른 난관이 생겼다는 점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소재로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 소재를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일부 제품 개발단계에선 해당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본 수입 소재가 아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장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그러나 이번 일본의 조처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에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수입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달 출시가 예정됐던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의 양산도 차질을 빗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엔 폴리이미드가 100% 사용됐다. 공급 기업은 일본의 스미토모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고 있지만, 지금 공정을 바꿀 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스미토모의 폴리이미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또 다시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좌초되는 셈이다.

◇일본 보복에 국내 굴지 산업 '휘청'...문제는 낮은 국산화율 때문

업계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한국 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던 낮은 국산화율을 높이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중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수준이고 소재는 10%정도에 그친다.

이번 일본의 보복성 규제가 타격이 된 이유도 핵심 산업의 낮은 국산화율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 중소업체들과 협업해 대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핵심 소재와 장비에 대한 육성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50% 이상"이라며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신규 구축하면 일본 소재 기업들의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국내 IT대기업이 국내에서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솔브레인ㆍ이엔에프테크놀로지와 리지스트를 생산하는 금호석유화학ㆍ동진세미켐 등과 함께 대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내에서도 국내의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이 국내 IT산업에 가한 제재가 되레 일본 소재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 통상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한다고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크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대체 국가를 확보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처로 국내 기업들이 다른 거래처 확보나 국내 생산에 성공하는 등 탈(脫) 일본에 성공한다면 일본 소재산업이 휘청거릴 수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본 스텔러 에칭가스 100% 한국 공급...수출길 막히면 '파산'

일본 스텔라의 경우 생산하는 에칭가스의 100%를 한국에 공급한다. 수출이 막히면 기업이 파산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상태인데, 제조사들이 과잉 재고를 소진한다면 되레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생산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대안이 마련된다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의 보복성 규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 등 맞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WTO 협정은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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