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구광모 '닮은 꼴' 경영...스타트업CEO 같은 행보 '고객·기업문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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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구광모 '닮은 꼴' 경영...스타트업CEO 같은 행보 '고객·기업문화 핵심'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6.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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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총수 역할 본격화...수평적 리더십으로 완전자율복장제 등 기업문화 전반 혁신 나서
- 오픈이노베이션 기반 아래 스타트업 투자 강화...AI, 로봇 등 그룹 미래 비전 투자 강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가 스타트업 CEO같은 '닮은 꼴'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재계 3~4세 뉴리더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와 전자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쟁과 협력이 기대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대표는 고객 최우선, 수평적 기업문화, 오픈이노베이션 등 경영 전반적인 면에서  스타트업 CEO 같은 '닮은 꼴'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재계 3~4세 중에서도 겸손한 태도와 예의범절이 우선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서 "경영스타일에서도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수평적 리더십으로 솔선수범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70년대생 해외파 뉴리더...올해  총수 역할로 본격 그룹 진두지휘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실제로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외아들이고 70년대생, 해외 유학파다. 정 수석부회장(70년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구 대표(78년생)는 로체스터공과대학 컴퓨터공학을 각각 마쳤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해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직에 등극하면서 사실상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 해 5월 구본무 선대회장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6월 LG 회장직에 올랐다. 

둘의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는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우선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고객 가치' 추구는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구 대표는 회장으로서 처음인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이라는 단어를 30차례 언급할 정도로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LG의 경영철학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구 대표는 “LG의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을 더욱 고민해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겠다. 제대로 실천해 간다면 ‘고객과 사회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LG’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에게는 고객과 함께 70여 년의 역사를 만들어 온 저력과 역량이 있다. 새로운 LG의 미래를 다 같이 만들어 가자, 저부터 실천하겠다.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도 올해 시무식을 처음 주재하며 사실상 총수로서 행보를 시작했다. 정 수석은 “지금까지의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 미래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가겠다.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고객 중심 경영....서비스 기업 변신 주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한 변화 중 하나가 고객 가치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22일 칼라일그룹과의 대담을 통해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 기존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에서 고객으로 진화한 변화다.

정 수석부회장은 “요즘 서비스, 제품 등 모든 측면에서 우리가 고객에게 집중하기 위해 더 노력할 여지가 없는지를 자문하고 있다”면서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차그룹 모든 직원이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평적 기업문화 변신에서도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닮아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그룹은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로 급변하고 있다. 현대차 하면 딱딱한 수직적 문화였던 터라 혁신적이다. 지난 3월, 청바지 등도 자유로운 완전 자율복장제가 시행됐다. 임직원이 본사 사옥 1층 오픈공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등이 대표적인 변화 모습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교육생에게 즉석 유튜브 동영상 인사를 하는 장면도 새롭다.

구 대표의 LG는 이미 자율복장제를 시행 중이지만 최근 청바지 착용 등 더 자율복장제로 변했다. 구 대표가 취임 직후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무식에서 자유로운 복장으로 임직원이 모이는 장면도 인상적인 변화다. LG전자는 최근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에 자유로운 토론공간 '살롱 드 서초'를 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변화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기술혁신도 닮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공유 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차 선점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진행하며 미래차 기술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미래차 투자를 본격화했다. 

미국 자율주행 업체 오로라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중이다. 레이더 전문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 차량 공유 업체 미고,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 드론 전문 업체 톱플라이트 등과 협업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에도 창립 멤버로 참여해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구 대표도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등 다양하다. 구 대표가 취임 이후 자주 찾는 곳이 LG사이언스파크였을 정도로 관심이 지대하다.

구광모 대표, 자율경영 문화 가속화...미래기술 투자 최우선

구광모 LG 대표가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미래기술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또 구 대표가 챙기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현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221억650만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5G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인 '어메이즈브이알(AmazeVR)'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밖에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 요리법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 '사이드쉐프', 모바일 분야 등에 대한 벤처투자 회사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 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도 커질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공유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밝혔다.

이는 곧 자동차의 IT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LG의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커졌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 부품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 투자액은 2016년 3303억원에서 2018년 1조7198억원으로 늘었다. LG전자는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와 손잡고 차세대 첨단 전자보조시스템(ADAS)을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자율주행용 배터리 등 투자가 활발하다.

정 수석부회장과 구 대표는 전혀 다른 산업에서 시작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다리에서 만났다. '닮은 꼴' 경영으로 만난 셈이다. 과연 정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자동차산업과 구 대표의 전자화학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디자인할 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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