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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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행정
  • 조원영
  • 승인 2015.10.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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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지난달 설악산 단풍 구경을 갔다. 내설악 주전골의 단풍은 이름 그대로 오색(五色)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기묘묘한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따라 관광객들의 줄이 이어졌다. 설악(雪嶽)의 비경(秘境)은 어디에 내 놓아도 빼어나다.

그런데 발 아래 계곡을 내려다 보니 물 한 방울 없이 하얀 바위들이 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물기를 잊은 지 오랜 듯했다. 산수화(山水畵)를 보면 높은 산 깊은 계곡에는 반드시 충만하게 물이 흘러 자연(自然)답게 보였다.

반세기 전 이 곳에서 멀지 않은 향로봉에서 GDP 소대장을 맡고 있을 때엔 여름에서 가을까지 석달열흘을 끊임없이 비가 내린 적이 있었다. 심산유곡(深山幽谷)에 항상 물이 넘쳐 흘렀고, 이 물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고 깨어났다.

물론 그 때는 기후변화니, 엘리뇨니 하는 단어는 듣지 못 했던 시절이다. 이제는 시시각각 일기예보를 하고 미세 먼지 경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산수의 아름다움을 아쉬워 하기보다 현실의 생존을 걱정해야할 때가 됐다. 이미 하천과 강의 바닥이 드러나고 주요 댐들의 저수량이 80% 이상 줄어 들어 고갈 상태가 머지 않았다고 경계하는 소리가 빗발친다.
당진 화력발전소는 발전용 공업용수가 없어 인천에서 물을 옮겨다 가동해야할 판이라니 심각한 상황이다. 나머지 발전소들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가뭄이 심하고 물 문제가 클로즈업되고 있는 데도 정부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소관 국토건설부의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난다고 하고, 나라가 온통 선거와 역사 교과서 얘기뿐이다.

또 하나 바닥이 드러난 행정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이다. 사업비 총18조 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인데, 핵심 기술 4건이 빠진 채 계약을 해 놓고는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도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

더욱 가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그런 일은 실무선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몰랐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2013년 9월 차기 전투기(F-X) 기종을 F-15SE로 정했다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한 후 2014년 3월 F-35를 김 장관 때에 우선협상 기종으로 밀었다고 한다.

당시 김 장관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기종 변경을 주도했다는 것. 그렇다면 그가 내용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KF-X 사업을 관장하는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미국 정부로부터 핵심 기술 이전 불가 통보를 받고도 쉬쉬하여 지난달 대통령이 미국 순방 때 기술이전을 거론, 망신만 하고 말았으니 이 나라 공무원들의 정직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최근엔 한․일 국방장관회의에서 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일본의 나카다니 겐 방위상의 대화에서 빚어진 매우 중요한 사안을 국방부가 은폐하여 물의를 빚었다.

한반도 유사시에 재무장한 일본 군대가 북한지역에 들어 갈 경우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냐는 부분이다.
이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한 장관은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섬)로 한다」고 돼 있으므로 논의의 여지가 없다고 했으나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 측 나카다니 장관은 『일반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를 이른바 휴전선 남쪽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는데도 한국 측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흘려 들어 이를 보고하고 협의하는 일을 소홀히 했다.

미국의 동북아 정책이 변하고 있는 때에 한․미․일 안보 유대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이 문제가 향후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인가.

이제는 우리나라 관리들도 「우물안 개구리」를 면해야 한다. 일본 방위상이 말한 「일반적으로」를 한국에 유리한 「구체적이고 특수한」 위상으로 이끄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관리들 타성은 외교도 안에서, 국방도 안에서, 그나마 보고와 범부처 협의를 피하고 요행히 무사하기만 바라는 것같다.

지나간 일이지만 세월호 사태․메르스 사태 등도 모두 무책임하게 쉬쉬하는 행정 관행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정직한 행정, 정직한 정부라야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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