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미치고, 학생은 헛물만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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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미치고, 학생은 헛물만 켠다
  • 정우택
  • 승인 2011.06.08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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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은 미쳐가고, 학생들은 헛물만 켜다 만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대대표의 입을 통해 나온 반값 등록금이 점점 미친 등록금으로 변질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 마음에 차지 않자 아예 대학 무상교육까지 들고 나왔다. 민주당 사람들이 이런 황당한 주장을 폈다.

반값 등록금을 보면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 얘기만 꺼냈을 뿐 뾰족한 후속조치가 없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발 빠르다. 손학규 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내년부터라도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는 대학등록금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말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반값 등록금을 넘어 등록금 부담 없는 나라를 향해 가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민주진보 정부의 핵심적 국정과제” 라고 주장했다. 언듯 들으면 그럴듯하다. 앞서가는 정책,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동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 무상교육은 말 그대로 허황된 유혹이다. 솔직히 초등학교 무상급식도 해결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한 달에 몇 만원씩 내고 점심을 먹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 또 몇 만원을 내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무상교육론은 선량한 국민들의 마음만 홀리게 할 뿐이다. 대학생들은 헛물만 켠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마음을 홀리든, 대학생들이 헛물을 켜든 자신이 내뱉은 정책이 여론화 되고, 관심을 끌고, 이게 표로 연결만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속성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선거 때가 되면 속고 또 속고, 이용당하고 또 이용당한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대학의 동맹휴업이다. 숙대 등 몇몇 대학에서 동맹휴업에 대한 투표를 하면서 등록금 내리기 투쟁에 돌입할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동맹휴업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게 분명하다. 자칫 대학 전체로 번지는 것은 물론 고등학교로 내려올 수도 있다.

학생들의 동맹 휴업은 동맹 휴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치권이 개입하고, 운동권이 개입해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동맹휴업이 촛불과 연계될 경우 촛불시위로 바뀔 수도 있다. 광우병 수입쇠고기 파동 때의 촛불 시위를 생각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반값 등록금은 정치권이 이상한 정책을 내놓고, 학생들이 동맹휴업을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칼자루는 대학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학이 학교에 따라 수십, 수백억 원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장학금이나 등록금 낮추는 데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의 이름이 거명되고, 적립금액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래도 대학은 끄떡도 않고 있다. 반값 등록금 얘기가 나온 게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이 너무 높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 대학들은 이에 대해 말이 없다.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내릴 수는 없고, 정부가 돈을 지원해주면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10조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지만 이를 풀어 등록금 인하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적립금을 풀기가 싫을 것이다.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특정 정당이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교과부 등 정부가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를 빼놓고 정당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은 각 당이 각개격파에 나설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힘을 합쳐야 정부도 압박하고, 대학도 압박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이 미친 등록금을 옮아가는 것을 보면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은 선거까지의 기간이 제법 남아 반값 등록금 논쟁이 일고 있지만 선거가 가까워오면 또 무슨 공약이 나올지 모른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학 무상교육까지 나왔으니 뭐가 나올 지 두고 볼 일이다.

학생들에게 지하철 버스를 공짜로 타게 한다? 아이를 하나 낳을 때마다 1억 원씩 준다? 아이를 낳는 사람에게 아파트를 한 채씩 준다? 수도를 비무장지대로 옮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은 한 달에 1천만 원씩 생활비를 준가? 이런식의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 실현 가능성 여부나 재원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

정치권이 정치를 떠나 순수한 마음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왕이면 대학생의 의견도 들어보고, 학부모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대학을 불러다 놓고 왜 적립금을 풀어 등록금을 낮추지 않느냐고 질책도 해야 한다. 그래야 동맹 휴업도 없고, 촛불 시위도 없고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에 홀리는 일도 없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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