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인 타임
상태바
저스트 인 타임
  • 조원영
  • 승인 2015.07.02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1980년대 중반, 미국 부시 가(家)의 첫 번째 부시 대통령이 GM 회장을 비롯하여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햇다.

일본 재계 대표들이 마련한 만찬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구토를 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는 도요다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 제품이 쓰나미처럼 밀어 닥쳐 GM 등 미국 업체들이 맥을 못 추자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일본 산업계에 협조를 구하려고 했었다.

당시 DFL본 업체들의 경쟁력이 얼마나 위협적이었으면 몸이 불편한 대통령을 앞세우고 도쿄까지 왔을까. 일본 사람들 앞에서 쓰러진 부시는 재선에 실패했다.

이처럼 막강했던 일본 업체들의 저력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도요다의 간판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은 시간관리와 자동화로 요약된다. 자동화는 미국이 더 앞섰다. 그러면 시간을 놓치지 않는 생산관리 방식, 즉 JIT(Just In Time)이 열쇠였다고 봐야한다.

미국 업체나 일본 업체나 시간은 똑같이 부여된다. 그러나 도요다는 생산 요소들이 적시에 연결되어 시간 손실 없이 최대 생산 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GM․포드 등 미국 업체들이 녹아 낸 것이다.

그들은 모든 자력 부품들이 계획된 시간 흐름에 맞춰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했다. 공안품 생산만이 아니라 모든 조직 활동에서 JIT 개념이 철저하게 준수됐다.

이같은 시간관리를 요즘 우리 정부가 좀 배웠으면 좋겠다. 인사관리․정책수행 무엇 하나 제때 되는 게 없다.

지난해엔 세월호 사건을 제때 대처하지 못 해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온 나라가 통분해 하더니, 또 1년만에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를 맞아 제 때 처리하지 못 하고 우왕좌왕 하다가 화(禍)를 키웠다.

이 병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망자를 냈다. 그 것도 25명을 넘어 얼마나 희생자를 더 내고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대재앙이다.

그런데 사건 궤적을 더듬어 보면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는 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5월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는데 열흘 동안이나 쉬쉬 하다가 정부 기관인 질병관리본부가 환자의 메르스 노출 가능성을 삼성병원에 통보했고, 그나마 일반 국민들에겐 비밀에 부쳤다.

지난달 4일 한밤중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삼성병원 의료진 1명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떠돌던 소문이 현실로 되고 말았다. 포퓰리즘에 민감한 박 시장의 돌출 행동을 지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날 박 시장이 위험한 전염병의 실태를 밝히고 병원들을 공개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반대로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필이면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이 관련된 병원이라고 해서 미리 눈감고 외면한 것은 아닌 지. 국회 메르스 특위에서 삼성병원 의료인 한 사람이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당당히 강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 나라가 어찌 이 지경이 되었나 하고 한숨이 나왔다.

또 한 번 시간을 놓치고 골든 타임 타령을 하고 있는 정부를 보면 참으로 딱하다.

박근혜 정부는 내달 임기 절반에 이른다. 즉, 언덕을 넘어 내려 갈 길만 남게 된다. 그런데도 일하는 방식이 여전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아직도 얘기하고 있다. 관련 법도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제 무슨 수로 3년 계획을 추진한다는 말인가.

야당 때문이라고 하는데, 야당 의원들도 이 나라 국민이다. 필요하면 그들을 설득해 협조를 구해야지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서 탓만 하면 하나도 달라질 게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건설 등 실로 기적 가은 실적을 남였다. 민주주의․인권을 탄압하여 「두 얼굴의 사나이」란 평을 받고 있으나, 그의 국정 담당자로서의 긍정적 측면은 누구나 칭찬해 마지 않는다.

그는 시간관리의 천재였다. 쿠데타 즉시 착수하여 이듬해부터 실시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차질이 없었고, 자주국방과 수출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중화학공업 육성도 한 치의 차질없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그가 시해된 1979년에 81년까지 4차 5개년계획 목표로 세워Tekl 1인당 GDP 1,000 달러,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이 앞당겨 실현됐다. 그의 수첩엔 이 같은 시간관리 일정표가 항상 기록돼 있었다. 이 같은 수첩이라야 쓸모가 있다.

올드 블랙 조처럼 다 놓친 골든 타임 타령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