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 전 정 치
상태바
엽 전 정 치
  • 조원영
  • 승인 2015.05.07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의경                              신상업경영원장

외세 침략으로부터 해방된 후 6․25 전란 등을 겪으며 한국 사회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심각한 자조 현상을 오랫동안 겪어 왔다.

흔히 한국인들은 「엽전(葉錢)」이라고 스스로 혹평했다. 비오는 날 초가집 추녀 밑에서 동네 청년들이 모여 「엽전 열닷 냥」을 구성지게 부를 때는 정말 이 나라에 희망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1인당 GNP 60달러 수준에서 3만 달러에 육박하게 되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잊혀진 지 오래고, 오히려 5만~6만 달러의 선진국보다도 심리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엔 「하쿠라이(舶來品)」라고 하여 해외에서 배를 타고 들어 온 제품들, 그 중에서도 일본제, 미국제 물건들이 불티나게 팔렸고 「엽전들」은 영원히 그 같은 물건들을 만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휴대폰이든 초고화질 컬러TV든 최고 제품엔 「Made in Korea」 자막이 찍혀 있다.

수출 규모도 5,000억 달러를 넘어 연간 1조 달러 이상의 무역 거래를 하는 나라이므로 세계인들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엽전 열닷 냥」을 부르던 엽전들의 후배가 「강남 스타일」등 전세계 10억 명 이상이 읊조리고 덩달아 춤을 추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이같이 「한류」만이 아니라 멀리 중동 지역에 원자력 발전 기술을 이전하고 부가가치 높은 건설 사업에 한국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외국 사람들 못지 않게 한국인들 스스로가 국산품을 자랑스럽게 애용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도 정신문화는 답보 내지 퇴보 상태이고,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의 양식이 크게 모자라 사회적 병폐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최근의 「성완종 사건」만 해도 그렇다.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이름있는 정치인들이 골고루 연루되어 있고, 또 이들의 철면피한 자세가 국민들을 더욱 실망하게 만든다.

이 번 사태로 국무총리 직 사의를 밝힌 이완구 씨는 『4월은 나에게 너무도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는데, 작년 4월에도 세월호 사태로 큰 곤욕을 치렀고 그 파장이 사라지기 전에 또 다른 후진국형 사태가 벌어지고 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 씨의 경우를 보면 2년 전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여당 원내 대표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되는 데 불과 2년이 걸렸을 뿐이다. 그 사이 그는 「부패 척결」등 국가 개조를 하려고 총력을 기울였다고 말할 테지만 이제는 그 스스로가 같은 목적의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다.

이처럼 쉽게 출세하고 쉽게 지껄이는 정치인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 그득하다고 국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기업 오너들이 비례대표 등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고 자기 사업과 관련된 상임위원회 안에서 거리낌 없이 이권 운동을 하고 관련 법을 제정한다고 치면 그 나라가 건전할 수 있겠는가.

비례대표 제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사람을 의정 활동에 참여시켜 정치를 전문화하고 충실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예전의 유정회나 그 후의 어떤 형태로의 비례대표 제든 이 목적과 크게 동떨어진 인사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의회를 더욱 부패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한때 당선권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려면 40억~50억 원의 헌금을 내야 한다고 알려졌으며, 이것이 이런 노골적인 매관․매직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더욱 늘리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제 「엽전」타령은 사라졌으나 아직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2위로 낙인 찍히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내일을 기대하지 못 하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5년마다 수백 개의 대국민 공약을 제시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대통령들도 이제는 자기 나름의 확고한 비전을 포기한 것 같다.

한국이 3만 달러 이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 중 하나로 최근 21세기경영인클럽 조찬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밝힌 견해도 있다.

그는 아주 간명하게 물질만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정신혁명을 해야 하며, 우선 한국인의 전통 사상인 「효」문화를 실천하고, 또한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수천 년 이어져 온 「인의예지(仁義禮智)」정신을 함양해야 한다고 했다. 아주 간단한 논리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이제 세계화된 세상에서 존경은 몰라도 지탄받지 않으려면 그의 말처럼 소박한 정신혁명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지도자가 있어 과감하게 부패를 척결하고 이름 그대로 「국가개조」를 해 낸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