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부대 금감원, 어떻게 개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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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부대 금감원, 어떻게 개혁하나?
  • 정우택
  • 승인 2011.05.0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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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사람 없는 금감원, 시민단체 국회가 처절하게 개혁해야

"금융감독원이 감독기관 입니까? 감사 양성소가 맞을 겁니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저축은행 등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맡지 않는 곳이 어디 있나요? 감사가 금융기관과 한 통속이 되어 고향인 금감원에 로비 하고...... 이게 금융권의 먹이 사슬이지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양성소는 차라리 없어져야 합니다.” (신원을 밝히지 말라는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느냐고요? 금감원 간부들은 퇴임 후 자리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되는 데...... 솔직히 금융기관 세게 조지면 퇴임 후 누가 부릅니까? 자리를 생각하면 감독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감독을 한다기보다 차라리 ‘잘 지낸다’ 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의 한 관계자)

부산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의 비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그 분노는 비리를 저지른 해당 저축은행을 넘어 감독기관인 금감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 명박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화난 얼굴로 찾아와 호통을 칠 정도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화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이전의 다른 대통령도 이렇게까지 특정 기관을 대놓고 질책한 일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간부들에게 “권력이 있고 가진 자들의 비리는 용서 받아서 안 된다. 그런 일에 협조한 공직자가 있다면 용서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 저축은행의 비리를 보면 나 자신도 슬픔을 느낀다. 이렇게까지 공정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을 보면 금감원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역정을 냈다.

깜짝 놀란 권혁세 금감원장은 대통령에게 부랴부랴 개선방향을 보고했다. 일선 금융기관에서 금감원에게 감사를 추천해달고 하면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또 간부들의 재산등록 범위를 70% 이상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청렴도를 따져 기강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골프와 술집 드나드는 것을 자제시켰다. 하지만 별 내용이 없다. 감사추천을 거부할 경우 본인들이 알아서 감사로 가면 된다. 재산등록은 하면 된다. 권 원장의 보고는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날 보고는 금감원의 체질개선은 금감원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었다. 개혁의 한계만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금감원의 개혁은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 국회 등 외부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들이 나서지 않고는 금감원에 뼈를 깎는 아픔은 없다. 아무리 독한 놈이라고 해도 내가 내 뼈를 깎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계에 얼마나 낙하산으로 떨어졌는지 보자. 현재 금감원 출신 금융기관 감사는 45명이다. 2006년부터 치면 100명도 넘는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 삼성생명 신한생명 현대해상화재 LIG손해보험, 대우증권 현대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토마토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이름이 잘 알려지고, 규모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금감원 출신 감사가 있다. 증권사는 우리투자 하나만 빼고 모두 금감원 간부출신이다. 감사를 싹쓸이 하고 있는 것이다. 꼭 금감원 OB 모임같다.

금감원에 비판적인 사람은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옥수수 밭을 메뚜기가 모조리 훑고 지나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메뚜기 떼는 한번 앉으면  모든 것을 초토화 시킨다. 닥치는 대로 다 갉아먹어 없앤다. 오직 먹는 데만 신경을 쓰고 농작물이 망가지는 것이나 다른 메뚜기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금감원 출신 간부들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기관의 감사 자리를 싹쓸이 한 것을 두고 메뚜기 떼에 비교한 것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메뚜기를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참으로 심각하고, 걱정되는 일이다. 금감원 간부들이 이렇게 금융기관 감사를 말아먹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비리를 저지를 수도 있고, 설령 큰 비리가 있어도 얼마든지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A 은행에 문제가 있으면 금감원 출신 B 감사가 나서 금감원에 로비를 하고, 사건을 감추고,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힘없는 일반 국민들이다. 금감원 출신이 시중 금융기관의 감사를 독식하는 한 비리를 적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린 금감원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써요. 법적으로는 금감원과 금융기관이 상하관계에 있고, 한쪽은 감독을 하고, 한쪽은 감독을 받지만 사실은 공생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금감원이 더 약자일 수도 있어요. 금융기관을 때려잡으면 그들은 감사 자리를 얻기가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금감원 출신이 왜 그렇게 감사를 선호하는지는 다 이유가 있다. 감사의 연봉은 금융기관이나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2억원 ~3억원 정도를 받는다. 퇴직 후 2억~3억원을 연봉으로 받는다면 누구든지 탐이 날 것이다. 이 자리에 가기 위해서는 금감원 간부라고 하더라도 일선 금융기관을 적대시 하거나 법대로 다루기는 힘들다. 오히려 무슨 일이 있을 때 금감원보다 금융기관의 편에 서고 싶을 것이다. 자리를 위해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간부가 되면 일보다 자리 마련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퇴직 후 이왕이면 좋은 자리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선 금융기관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감독은 뒷전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이가 날카로운 호랑이가 아니라 이빨 사이에 고기가 끼어 썩은 이가 되고 말았다.

 이 대통령이 금감원을 찾아가 간부들을 질책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번에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마감 시간 후 인출사건이나 제일저축은행의 부당대출건도 일선 금융기관과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 금감원의 관계자 등이 제 본분에 충실했다면 일이 이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전에 적발 할 수도 있었고, 사전 적발이 어려우면 사후에라도 강력한 조치가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금감원의 모럴 해저드가 시비 거리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선 금융기관에 검사를 나가서 저녁에 양주를 퍼먹다 적발된 일도 있다. 이게 잘못을 적발하러 간 것인지, 잘못을 덮어주러 간 것인지, 같이 놀아주러 간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들 말대로 재수가 없어서 양주를 먹다 걸렸을 뿐, 실제로 양주 먹고 아무 일이 없었던 사람은 부지기수 일 것이다.

금감원은 이제 더 이상 시중 금융기관에 군림하는 기관이 되어서도 안 되고, 감사 양성소가 되어도 안 된다. 낙하산 부대가 되어서도 안 된다. 오직 철저한 개혁만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는 데도 책임지는 사람도 하나 없는 상황에서는 더 강력한 개혁이 있어야 한다. 총리실에 태스크포스 (TFT)를 만들고,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에 나선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한 금감원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금감원 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금감원을 아예 없애는 것이고, 부득이 이를 살려둔다면 기구와 권한을 축소하고 엄격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금감원 사람들이 읽으면 칼 들고 뛰어올 일이지만 현재와 같이 금감원이 유지되는 한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비리가 터지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첫 번째는 감사 양성소로 전락한 금감원을 폐지하는 것이다. 금감원이 없으면 금융기관을 누가 감독하느냐고 하겠지만 기획재정부에서 하면 된다. 금감원과 금융위를 합쳐서 해도 된다. 일반 국민들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대해 헷갈려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두 기관의 성격이나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혼란만 준다. 한 시민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서로 같은 거 아닌가요?” 하고 오히려 반문을 할 정도다.

두 번째는 금감원을 살려둔다면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방대한 조직을 줄이고, 무소불위의 감독 기능도 축소해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엉뚱한 데 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금감원에서 퇴직하면 아예 금융기관의 감사나 산하기관으로 가지 못하게 명문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들고 나오겠지만 필요할 때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게 법의 정신이다.

        깊은 생각에 잠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사진제공 = 뉴시스
한심한 것은 퇴직 후 바로 금융기관의 감사로 갈 수 없게 되자 총무 등 금융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로 발령을 냈다가 퇴직하고 감사로 간다고 한다. 이른바 ‘잔머리 인사’인데 빨리 없어져야 한다. 금감원이 그 좋은 머리를 금융기관의 비리 적발과 지도에 쓰지 않고, 낙하산 자리를 만들기 위해 쓴다는 것은 고양이가 쥐를 잡아 바로 죽이지 않고, 오른쪽 뺨, 왼쪽 뺨을 살살 때려가며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것보다 더 야비한 것이다.

금감원이 정신 차리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비리연계 사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이 검사를 했거나 관리했던 기관에서 부정과 비리가 생기면 같이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보험에 비리가 접수돼 B 씨가 검사를 했는데 비리를 적발하지 못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B씨가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칼이 아니라 도끼를 들고 쫒아올 내용이지만 금융시스템의 안정화와 선진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다.

금감원의 여러 문제는 결국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녹색성장’을 가장 방해하는 것이다. 녹색성장은 환경산업과 금융의 조화다. 녹색 관련 기술과 산업, 환경 등 하드웨어 적인 면과 금융이라는 윤활유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게 바로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금융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금융지원이 없이는 녹색성장이 없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생긴 게 바로 녹색금융인데 녹색금융은 녹색금융 혼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금융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녹색기술이나 녹색산업에 원만한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금융지원이 없으면 녹색성장은 구호에 불과하다. 금융이 신뢰를 잃고, 시스템이 불안하면 녹색성장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금감원은 지금과 같은 낙하산 감사, 허술한 감독, 비리 연루 등으로는 녹색성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가 없다.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국가 프로젝트인 녹색성장을 이름에 맞게 지원하지 못하거나, 혹시 방해가 된다면 모두 잘라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도 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권 금감원장도 자신의 처지를 고민해야 한다. 깨끗이 물러날지, 욕을 먹으면서 버틸지를 고민하라는 말이다. 대통령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호통을 치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질줄 알아야 한다. 감사 추천을 거부하거나 재산등록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청렴도를 따지겠다는 식의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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