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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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을 건너지 마오
  • 조원영
  • 승인 2015.02.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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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과 함께 요즘 한 편의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정신 나간 노인이 강을 건너는데 할머니가 그를 말렸으나 노인은 익사하고 할머니도 뒤따라 물로 뛰어 들어 숨졌다는 「공후인(箜篌引)」내용 「공무도하(公無渡河)」를 풀이한 제목이다.

사람들에게 죽음은 가장 중요한 경계선이다. 작가 김훈도 장편소설 「공무도하」를 쓴 일이 있다. 그런데 어원(語源)이 된 공후인은 약 5천 년 전 고조선 시대의 노래이고, 그 정서가 오늘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 온 것은 어떤 까닭인가. 이 것이 우리 한민족 정서의 원류(源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살아 온 배우자의 죽음은 물론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남의 어린이가 물 속으로 들어 가도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뛰어 들어 구하는 것이 사람의 고유한 마음이다. 이른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지만 우리 민족의 측은지심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김훈의 소설이건, 이름 없던 영화사의 영화건 깊은 공감을 자아 낸다. 이처럼 한국인들에겐 차마 하지 못 하는 측은지심이 내면에 DNA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이성과 인정의 한계를 벗어 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매일 같이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안전·교통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 보육원의 아동학대 등 어두운 뉴스가 꼬리를 잇고 있다. 이처럼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많다. 「공무도하」의 금지선을 시급히 쳐야 한다.

하기야 무단히 강을 건너는 사람이 이들 뿐이겠는가. 민심과 점점 멀어지는 정부와 국회의원들도 마지막 강을 건너는 사람들처럼 보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12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의 여론 평가가 「국정을 잘못 하고 있다」55%, 「잘 하고 있다」35%로 나타났다.

이는 갤럽이 13~15일 사이에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그 것도 대구·경북과 50대에서 박 대통령 지지 철회가 심하게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 씨로서는 크게 참고해야 할 점이다.

이같은 실망은 지난 연말 문고리 실세들이 빚어 낸 혼란을 비호하고, 그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며 정면으로 꾸짖음으로써 그를 지켜 본 국민들의 정서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박지만 씨의 말마따나 「피보다 진한 물」이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비명에 돌아 간 박정희 대통령 내외의 외아들이 아닌가. 그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몰라도 그처럼 표독한 인상을 대통령 얼굴에서 보는 국민들은 마음이 착잡했을 것이다. 「공무도하」를 외치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러면 독한 마음으로 정책 수행은 잘 되고 있는가. 기자회견에 이어 정부 부처 집단 업무보고를 듣고 올해 시정 방침을 밝히고 있다. 매우 다급한 모습이다.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시간이 올 한 해밖에 없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골든 타임이 이미 지나갔다. 전국 규모 선거가 없는 지난해와 금년을 일해 볼 수 있는 해라고 하였으나, 막상 골든 타임은 지난해였다.

지난 1년은 허송했어도 1년이 남았다고 보면 오산이다. 가속도를 내려면 이미 시동이 걸렸어야 한다. 세월호 사태 수습 실패로 지난 1년은 물론, 아직도 여진(餘震)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로 접어 들면 곧바로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정신이 없을 때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3월에 공무원 연금, 4월에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연내 모두 완료하겠다고 말한 것을 보고 귀를 의심했다.

막강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던 김영삼 정부도 1997년 초 노동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변칙 통과시켜 놓고도 여론에 밀려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 후유증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연말에 외환위기를 맞은 뼈아픈 경험이 있는 나라다.

그 때보다 한결 취약한 지금의 정부가 어떻게 매달 하나씩 개혁을 성사시키겠다는 얘기인 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창조경제를 비롯해 무수한 레토릭(修辭)에 실망하고 있는 민심을 돌아 보아야 한다. 또 한번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당부가 필요하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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