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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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나라로
  • 편집부
  • 승인 2014.12.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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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을미년(乙未年)을 맞았다.

새해 아침엔 깨끗한 캔버스에 꿈을 그릴 수 있어 좋다. 작심삼일의 꿈이라도 좋고 일년 열두달 꾸준히 이어갈 꿈이라면 더욱 좋다. 그런데 올해는 좀 더 신선한 꿈을 꾸어 보자.

새로운 세기에 접어 들어 15년이 되도록 우리는 무엇을 성취했는가. 1인당 GDP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를 넘어섰고, 민주화가 더욱 확산됐으며 창조성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제 ․ 사회 모두 양극화(兩極化)로 신음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내후년이면 IMF 외환 위기로부터 만 20년이 된다. 일본의 20년 불황을 남의 나라 얘기처럼 해 왔는데 우리도 20년 이후까지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경제가 이 지경이고, 사회가 사분오열되어 서로 삿대질하며 낮과 밤을 새우는 데도 누구 하나 팔을 걷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정부 고위층이나 국회도 마찬가지다. 전혀 말이 안 통한다. 자기들끼리도 일방적 언어를 내 던지고 큰 기침만 하고 돌아선다. 그래서 한국의 미래는 점점 어둠 속에 가려지고 있다.

지난해엔 세월호 사태 이후 국가 개조론(國家改造論)이 요란하더니 그것도 잠시였다. 해가 저물 때엔 혀를 날름거리는 뱀떼처럼 권력을 탐하는 무리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혈전을 벌였다.

이런 것들이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대한민국」인가. 20세기 초 춘원(春園)이 「민족개조론」에서 우리 민족성을 지탄했고, 한 세기도 지난 작년에는 국무총리를 하겠다는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하여 중도 탈락한 일도 있다.

그러면 우리 민족․국민은 구제불능이란 말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일제 식민지 정책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인식이 그대로 당연시되는 게 잘못이다. 우리에겐 단군조선 때부터 이어져 온 「선비정신」의 DNA가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으로 대표되는 배려․협동․공익의 공동체(共同體) 정신이 있어 오천년 동안 「도덕국가」(道德國家)와 선린(善隣)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지켜 왔다.

이처럼 훌륭한 DNA를 파묻어 둔 채 일본 침략 정책의 자학적 유산을 아직도 정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민족의 「선비문화」는 공자(孔子)도 극찬하였으며, 역대 중국 왕조들이 고려․조선을「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칭찬하고,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해 왔다.

선비정신은 귀족 ․ 양반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남녀노소, 양반 ․ 상민 할 것없이 오늘에 와서도 직업의 귀천(貴賤) 없이 어질고 올바르며, 남을 배려하고 적극 돕는 사람이면 모두 선비다. 물론 종교도 상관 없으며, 지상(地上)의 모든 민족과도 같은 정신을 공유하는 게 선비문화이다.

올해는 마침 양띠 해다. 순진한 양들이 유능한 양치기(리더)를 따라 생명의 터전으로 옮겨 다니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풍경이다. 정치인들도 이처럼 선량한 국민들을 보살피고 잘 살도록 해 줘야한다.

선비정신은 소박한 생명 사랑에서 비롯하여 인간과 인간의 관계, 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온전토록 하고, 공익(公益)의 대동정치(大同政治)를 하여 국민의 권익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이같은 선비정신을 지켜 온 사람들로 신라시대 최치원, 원효, 설총으로부터고려시대 일연, 안향, 이제현, 정몽주, 그리고 조선을 개국한 정도전과 세종대왕, 이율곡, 영조, 정조대왕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이름없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홍익인간」의 생각으로 살아 가는 사람들은 모두 선비인 것이다.

현대로 돌아 와 선비정신을 구현한다면, 위로부터 불통, 독선의 정치가 없을 것이며, 일반 국민들도 자기 이익에 앞서 이웃의 불이익, 불편이 없는 지 살피고 자기 일처럼 이웃을 도움으로써 공동체의 행복과 질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선비문화 속의 옛 왕조에선 임금이 만인의 꼭대기로 알려져 있지만, 항상 경연(經筵)에서 경전을 읽어야 하고 사간원(司諫院) 등 삼사(三司)의 감찰을 받으며 생활해야 했다. 또한 정사(政事)를 볼 때엔 두 사람의 사관(史官)이 반드시 입회했다. 왼쪽 사관은 표정․동작을 무비 카메라처럼 기록하고, 오른 쪽 사관은 대화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이런 임금들이 어찌 어진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요즘 우리 정치의 불상사 같은 일을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새해 정부는 「선비문화」를 되살리고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올바른 풍토를 구축하는 데 힘쓰기를 바란다.
 

편집부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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