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갑오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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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갑오년을 보내며…
  • 조원영
  • 승인 2014.1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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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 온 갑오년(甲午年)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다난(多難)했다.

신년호를 쓸 때만 해도 새해에 거는 기대가 컸다. 거문고 줄을 고쳐 매듯 경장(更張)의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역시 유감 속에 한 해를 보내게 되었다.

부딪히는 일마다 정부는 무기력했고, 정치인들은 국민을 외면한 채 자기들 이익을 고집하기에 바빴다. 물론 이들을 뽑아 일을 맡긴 게 국민이므로 할 말도 없게 되었으나 해도 너무 했다.

SNS(소셜 네트웍 서비스) 시대에 댓글 타령으로 한 해를 시작하더니 4월엔 세월호 사건으로 전국이 상갓집 분위기로 바뀌어 지난달 11일 7개월만에 검은 휘장을 걷기까지 만사를 제쳐 놓고 네탓 타령만 하기에 바빴다.

이 사건은 참으로 많은 교훈을 남겼다. 유난히 정(情)이 많은 한국인상을 부각하기도 했으나, 그 정도가 지나쳐 공익(公益)을 무시한 이기적 충동주의가 만연했으며, 이를 수습해야할 정부의 공권력(公權力)이 실종된 부끄러운 모습을 역사에 남기게 되었다.

시집도 안 간 대통령이 사건 당일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느냐고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를 야당에서 당론 삼아 대통령을 괴롭히더니, 급기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서울 지국장이라는 자는 이를 자기네 매체에 공개하여 국제적 화제가 되고 말았다. 이 보도와 관련하여 아직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있을 수 없는 망신이다.

7개월 동안 해양수산부 장관은 진도 앞바다 현장에 머물며 유가족과 함께 슬퍼하는 모습이 수북히 자란 그의 사진으로 계속 중계됐다. 그리고 209일 만에 9명의 희생자를 남긴 채 수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긴 기간에 온국민이 끝없는 애상(哀傷)에 잠기고 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최경환 경제 팀이 부동산 대책 등 온갖 처방을 썼지만 침체는 가속되고 있다.

그래서 인간사(人間事)엔 예절(禮節)이 필요하다. 슬프고 기쁜 일들을 자연 감정에 맡길 게 아니라 예(禮)로써 절제(節制)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지금처럼 복잡하기 이전의 농경문화(農耕文化) 시절에도 그 절도(節度)를 지키도록 했다.

인터넷과 SNS가 주름잡는 현대엔 길어야 49재(四十九齋)로 탈상하는 게 예이다. 그런데 온국민을 볼모처럼 끌어 들인 상태에서 209일이라니, 이건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주무 장관은 헤밍웨이 같은 수염을 하고 성난 파도만 들여다 볼 게 아니라 일찍이 문제를 수습했어야 했다. 덩달아 북을 친 사람들도 스스로 무능을 인정해야 한다.

그 사이 전방에선 선임병들의 폭력, 총기 사고가 잇따르더니 최근엔 2년 가까이 의식불명이던 이병 한 사람이 느닷없이 깨어나 병영 내 폭력 사건을 고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또 다시 갈팡질팡할 뿐, 근본대책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하여 방위산업 비리(非理)까지 겹쳐 이제는 국방 업무라고 해서더 이상 성역(聖域)으로 남겨 놓기 어렵게 됐다.

연말 예산국회로 접어 들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과 무상복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고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지만,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에게 더 내고 덜 받는 시스템을 납득시키기는 지난(至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이 거당적으로 입법을 발의했고 협상에 따라선 야당도 동의할 용의가 있는 듯하나 그렇다고 불씨가 꺼지기는 힘들 것이다. 바로 공무원들의 손으로 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상복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기에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다. 당시 야당도 무상복지를 내 걸고 나와 도리 없이 공약케 되었지만, 이제는 이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이와 유사한 무상급식 문제를 홍준표 경남 도지사가 용기 있게 대처하고 있다. 홍 지사의 결단 이후 전국의 지방 자치단체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여유 있는 가정의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 똑같이 무상 혜택을 받기는 어려워졌다.

복지 문제도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늘리고 여유 있는 사람들까지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복지 시스템을 개정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선 박 대통령이 용단을 내려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무상복지만으로 박 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복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정의 일부분이며 현실에 따라 방법, 정책을 바꾸는 용기도 대통령에겐 필요하다.

개혁․경장은 못 했어도 국력을 추스르는 지혜가 요청되는 때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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