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IT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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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의 IT산업
  • 조원영
  • 승인 2014.11.1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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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지난 9월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2014 전자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 전자산업에 대한 경고가 요란했다.

중국 업체 TCL이 세계 최대 110인치 곡면 UHD TV를 출품하는 등 한국보다 앞선 제품을 내세우며 바이어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곡면 TV만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퀀텀닷TV」를 선보였고, 스마트폰․백색 가전 등 대부분 제품이 어제와 다른 모습들이었다.

견본시(見本市)는 미래 시장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런데 현실은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대량 판매 실적을 올렸던 삼성 휴대폰이 올들어 현지 기업 샤오미에 밀려 급락 추세이고 많은 한국 전자 제품․부품 업체들이 고전 끝에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전자 제품들이 조선․철강․화학제품에 이어 이처럼 침체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 IT산업은 거침없이 성장해 왔고 막연히 장래를 낙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허상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기초 기술이 미흡한 채 한국이 내세운 첨단 기술이란 게 D램과 LCD 디스플레이 정도인데 이들 제품의 대량 생산 거점도 이미 중국으로 옮겨 놓았다. 그와 동시에 기술은 현지에 이전되고 있다. 노동 코스트를 비롯하여 생산 비용이 높은 한국산 제품이 그들의 저가격 공세를 당할 방법이 없게 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전자산업의 한․중 격차가 2~3년은 될 것으로 보았으나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판이다.

그렇다고 믿을 만한 미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양적 성장에 사로잡혀 기초 기술 개발을 외면했으며, 정부 정책도 방향을 잃은 채 헛돌고 있다. 연구 기관들은 또 그들대로 딴전을 부리고 있어 지난날과 같은 산․학․연 협력 체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동안 삼성전자의 D램․휴대폰에만 매달려 온 IT산업이었고, 여기에 현대자동차 1곳을 더해 한국경제는 올인해 왔다. 그런데 그 주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대체 아이템으로 로봇과 의료기기 등이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 이건 턱도 없는 얘기다. 이미 삼성 그룹이 이들 품목을 신수종 사업으로 설정하고도 성과가 부진하여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IT산업 구조를 본격 전환해야할 때다. 벤처 기업을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휴대폰 원조였던 노키아가 망한 자리에 새로 수퍼셀 등 벤처 기업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일어나 핀란드 IT산업을 회생시켰듯이 벤처 기업 탄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종래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으므로 정부의 집중적 관심이 필요하다.

다만, 벤처 기업 육성을 기존 산업 운영하던 가락으로 해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벤처는 이름 그대로 Adventure(모험)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창의성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는 금물이다.

최근 정부가 전국 17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 대기업과 벤처 기업을 연계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거꾸로 가는 발상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돌보아 준다는 것은 돈 몇 푼 대고 간섭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해선 벤처가 성공할 수 없다.

그 반대의 성공 사례를 하나 살펴 보자.

현재 국내 벤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1․2위로 손꼽히는 NHN과 카카오의 경우다. 1998년 IMF 관리체제로 얼어 붙은 국내 재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서둘렀다. 이 때 삼성SDS 신규 사업팀(게임)에 근무하던 이해진과 김범수는 회사의 종용에 따라 SDS를 떠났다. 수익이 없는 신규 사업 팀이었기에 조정 1순위에 해당됐다.

이들은 나와서 이듬해 1999년 이해진이 인터넷 검색을 위해 네이버를, 그리고 김범수는 온라인 게임 사업을 위해 한게임을 창업했고, 대학 동기인 이들이 다시 통합해 NHN을 만들었다. 그 후 김 씨가 독립해 새로 차린 회사가 카카오다.

이 스토리는 2000년대 초 김범수 당시 한게임 사장이 함께 앉은 자리에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1998년 당시 SDS 사장)이 들려 준 이야기다. 그 자리에서 김 사장은 내보내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이것이 벤처의 참모습이다. 불행을 행운으로 돌려 놓는 용기가 있어야 벤처다.

대학을 졸업하면 모두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고 목을 매는 세태에선 벤처도 없고 창조경제, 새로운 경제 발전도 없다.

젊은이들이 패기를 갖도록 하고 한 두 차례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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