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호미 들고 마늘밭에나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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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미 들고 마늘밭에나 가볼까?”
  • 녹색경제
  • 승인 2011.04.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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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미 들고 마늘밭에나 가볼까?”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가운데 “호미 가지고 마늘밭에 가볼까.”하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철물점에 호미가 동났대요.” 하는 말도 있고, “마늘 밭에 사임당 찾으러 가자.”는 말도 있다. "사임당이 너무 독살 스럽게 그려져 일찍 땅에 묻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좋은 뜻이라기보다는 돈과 도박, 요행에 찌든 세상을 한탄하면서 하는 말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런 말로 표시하며 웃기도 한다.

시골의 한 마늘 밭에서 110억 원의 돈이 나온 것은 다들 알고 있다.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떼돈을 번 사람이 돈을 처남에게 맡겼고, 처남은 이 돈을 땅에 묻었다. 처음부터 땅에 묻은 것은 아니다. 돈을 받아서 장롱에도 넣고, 베란다에도 감추고, 집안 여기저기에 5만원 권을 쌓았는데 돈이 너무 많아 도저히 쌓을 수가 없었다. 잘못하면 남에게 들킬 것 같기도 하고.... 궁리 끝에 땅을 사서 밤에 돈을 묻었다. 밭에는 마늘을 심었다.

 
처음에 3억 원이 발견 됐을 때 사람들은 참 ‘이상하게’ 여겼다. 그 돈을 발견한 사람이 횡재할 것으로 보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동안 뭉치 돈이 나왔다. 굴삭기로 땅을 팔 때 마다 나왔다. 결국은 대신 돈을 묻은 사람도 잡히고, 110억의 주인공도 잡혔다.

지금은 은행이 있어 수중에 돈을 많이 두지 않는다. 집에도 큰돈을 두지도 않는다. 그러나 옛날에는 돈을 집에 보관했다. 돈을 많이 벌면 부엌 한 구석에 파묻었다. 묻은 사람만 안다. 묻은 곳에는 나무를 쌓아 두었다. 어떤 경우는 돈을 장판 밑에 넣어 두었다. 장판 밑에 있는 돈은 안전은 하지만 불을 너무 많이 땔 경우 자칫 돈이 눌거나 타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돈을 안방의 천정을 뚫고 천정 속에 넣어 두기도 했다. 천정은 종이와 흙으로 분리되는데 그 가운데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이다. 천정에 감추는 것은 안전은 최고다. 아무리 도둑이 들어도 천정을 뜯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천정 속으로 들어간 쥐가 돈을 갉아 먹거나 쥐구멍으로 물어간다. 이렇게 되면 돈은 돈이 아니다. 천정에 감춰둔 돈이 변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쥐가 물어다 놓은 것이다.

어떤 경우는 안방의 장롱을 들고 장속 밑에 돈을 넣어두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베개 속에 돈을 넣어 감추기도 했다. 베개 속에 있는 돈은 손을 자주 탔다. 도둑이 잘 알기 때문이다. 베개 속의 돈은 가끔 며느리가 시부모의 베개를 빨다가 발견되기도 했다. 돈이 물에 젖어 찢어지기는 일은 흔했다.

돈을 부엌에 묻고, 안방의 천정 속에 넣고, 장판 밑에 숨기고, 베개 속에 감추는 것은 이번에 110억 원을 땅에 뭍은 것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다. 돈이 훼손된 얘기를 들으면 웃음도 나왔다. 그러나 110억 마늘밭 사건은 웃음보다 많은 사람들을 비애스럽게 만들었다. “어떤 놈은 돈을 주체하지 못해 마늘 밭에 묻는데 난 이게 뭐야!”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필자가 얘기하는 것은 110억 원은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번 돈도 아니다. 떳떳한 돈이 아니다. 인터넷 도박을 통해 번 돈이다. 마늘 밭 사건은 우리나라에 도박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 잘 보여준다.

도박은 꼭 인터넷 불법 도박이나 화투나 카드를 이용한 도박만 도박이 아니다. 더 큰 도박은 카지노다. 화투나 카드, 인터넷 도박은 주로 숨어서 몰래하고, 단속 대상이지만 카지노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정부의 권장 사항이다. 숨어서 하지도 않는다. 떳떳하게 대놓고 한다.

카지노는 관광호텔에서 하는 게 있고, 정부에서 하는 것도 있다. 관광호텔 카지노는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정부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규모도 크고, 수입도 엄청나다. 정부의 수입이 많은 만큼 국민들의 피해는 커진다.

강원랜드에 가서 재산을 날린 사람은 수도 없다. 퇴직자가 퇴직금을 다 털어 먹고, 직장인이 카지노에 빠져 직장도 날리고, 재산도 날리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강원랜드에 가면 대부분 빈 털털이가 된다. 가지고 간 돈을 다 날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돈을 날리면 카드를 쓰고, 카드도 안 되면 사채를 쓰고, 사채도 힘들면 끌고 간 자동차를 잡힌다. 그래도 안 되면 아예 죽어버리기도 한다.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데 필자가 만난 사람 중에 카지노에 가서 돈을 땄다느니, 재미를 보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다. 한결같이 하는 소리는 돈 날리고, 몸 버리고, 정신까지 왔다갔다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틈만 나면, 돈만 생기면 카지노로 간다. 강원랜드에 돈을 보태주기 위해서다.

필자는 정부가 강원랜드와 같은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카지노는 도박인데 정부가 도박을 조장하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다른 나라도 한다고 하겠지만 그건 그 나라 사정이다.

인터넷 도박이나 화투, 카드를 이용한 도박, 주부들의 노름, 골프장의 큰 내기, 카지노는 형식과 모양만 다르지 결국은 도박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고, 돈을 따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가정을 망치기도 하도, 자신도 자칫 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카지노만큼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유가 뭔가? 필자의 머리로는 답을 알 수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정부가 해야 할 것 같다.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가정을 파탄시키는 도박을 권유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정부가 술이나 담배와 같이 몸에 해롭고, 사회에도 피해를 주는 것으로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는 없는 사람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단 정부만이 아니다. 대그룹이나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법이나 제도를 넘어 윤리적인 문제다.

도박, 술과 담배, 돈놀이는 우리 사회의 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악을 통해 정부가 수입을 올리는 것은 국가 재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득이 되겠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보면 절대로 잘 하는 게 아니다.

마늘 밭에 110억 원을 묻었던 사람도 분명 도박에 빠지고, 술과 담배에 빠져 있을 것이다. 돈 놀이는 하지 않았는지 봐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그 사람이 불법으로 돈을 챙기고, 땅에 묻은 것은 그만의 잘못이라기보다 국가와 사회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차라리 위안이 되지 않을까?

정우택 편집국장 cwtgre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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