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改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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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改造할 것인가
  • 조원영
  • 승인 2014.05.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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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지난달 충격적인 글을 하나 받았다. 모범적으로 우리 시대를 살아 온 벗 박대원(朴大遠) 씨가 보낸 장문의 붓글씨였다.

1992년 「샘터」 송년호에 실린 김성우(金聖佑) 씨의 「다시 읽는 민족개조론」을 93년 1월1일 새해 원단(元旦)에 한 자 한 자 붓글씨로 옮겨 쓴 것이다. 총 2,130여 자에 이르는 이 글은 문민(文民)정부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직전, 신군부의 집권이 끝나는 싯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고쳐야할 일이 무엇인 지를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민족 개조론(民族改造論)」은 1922년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가 썼다. 그는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왕과 양반들의 악정(惡政) 때문이나, 이 악정을 개혁하지 못 한 것은 국민의 도덕성(道德性)이 결핍한 때문이다. 망국을 가져 온 우리 민족성의 결함은 무엇인가.

허위․이기심․나태․겁나(怯懦, 겁많고 나약함), 사회성․협동심 결핍, 게다가 공리공론만 즐기고 허장성세를 떠벌이며, 신용 없고 충성심이 약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족성 개조만이 우리가 살아날 유일한 길이며, 이를 위해 도덕적 개조, 정신적 개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천재 사상가의 눈은 정확했다. 그런데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이를 빌미로 한국 민족의 열등성(劣等性)을 부각시키고 식민지화하는 데 이용했고, 그 후 춘원의 친일 행각까지 겹쳐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성우 씨는 본인이 「다시 읽는 민족개조론」을 쓴 1992년까지 70년이 지났는데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통탄했다. 그 후 22년이 또 지나갔으나 지금도 똑같다.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국가 개조론」이 요란하다. 이 즈음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한국인들은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다.

또 같은 때 프랑스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은 『한국은 경제 성장기에 모두가 부(富)의 축적에 몰입하는 가운데 「인정사정 없는(brutal)」 나라가 됐다. 사회가 분열됐다. 사회적 연대(solidarity)가 없다. 아무도 소외 계층을 진정으로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 기독교와 불교에는 박애의 바탕인 후함(generosity)의 전통이 있다. 한국은 이제 박애로 사회적 연대를 복원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할 단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다 맞는 얘기다. 춘원이 그렇고, 교황과 기 소르망도 잘 보았다. 그런데 이같은 점들을 하루 아침에 뚝딱 고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춘원의 「개조론」으로부터 1세기가 다 되도록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해방, 동족 상잔(相殘)의 6․25 동란을 거치고 두 차례 쿠데타를 겪으며 산업화․민주화를 실현했다. 최근에는 드라마․K-POP 등 한류(韓流)가 세계로 밀물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 늘 전쟁과 핵 위협을 받으면서 말이다.

1997년 IMF 위기는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조기 극복했고, 이 번 진도 참사에도 200여만 명이 분향 행렬을 이뤘다. 이같은 동정(同情)을 다른 나라에선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대통령도 두 차례 진도 현장을 찾고 참사 1개월 되는 날인 5월16일엔 희생자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 위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국가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대국민 담화에서도 개조 약속을 재다짐했다.

일찍이 노자(老子)는 말했다.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이라는 것. 말이 앞서면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입에 메거폰만 달고 다니면 이긴다고 착각하고, 행정 관리들은 자신들의 판단과 책임감 없이 노트에 받아 쓰고 세월이 지나 가기만 기다리는 타성이 계속되는 한 민족도 국가도 개조될 리 없다.

그렇다고 한 사람이 열을 내고 동분서주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이제 일할 시간이 2~3년밖에 남지 않은 단임 대통령으로서는, 합리적으로 방향(方向)을 틀고 국민들이 당장 불안해 하는 안전(安全)에 집중하여 시스템과 적절한 인력(人力) 개편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 번 기회에 수첩을 진도 앞 바다에 던져 버리고 각료들에게 권한을 부여한 다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물을 너무 넓게 치면 고기들은 다 빠져 나간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최근 우리 사회의 원로 인사들이 모여 나라를 염려하며 조언에 나섰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공자(孔子)가 이른 바 「애이불상(哀而不傷)」의 지혜로 심각한 재난 후유증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다. 슬픔을 딛고 일어나 몸과 국가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자학(自虐)하지 말자.
 

조원영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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