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은 그만, 버핏·손정의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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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은 그만, 버핏·손정의를 배워라"
  • 녹색경제
  • 승인 2011.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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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워런 버핏, 60세은 은퇴하겠다는 손정의, 75세 은퇴약속한 라탄 타타회장에서 배운다

 팔순을 넘긴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사진) 회장, 60대에 은퇴하겠다는 53살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2012년 75세에 은퇴하겠다는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회장.

이들 글로벌 기업 CEO들의 공통 관심사는 후계자 선정이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만큼 어떤 후계자를 뽑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장자 승계 혹은 대물림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후계자 선정이 중요한 것은 기업 실적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 실적의 30~40%는 산업효과, 10~20%가 경기순환, 10%가 CEO의 영향이라고 추정했다. 기업 실적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CEO. 하지만 CEO의 생명주기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해 말 LG경제연구원이 글로벌 CEO 평균 재직기간을 조사한 결과 2010년 미국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상위 150대 기업의 CEO 평균 재직기간이 6.1년에 그쳤다.

게다가 전임 CEO의 5분의 1은 3년 내에 교체됐다. 선임 당시 내로라하는 인재들 중 골랐을 테지만 25%는 결국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인 하이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CEO 케빈 켈리는 그의 저서 '벌거벗은 CEO'에서 후계자 선정 실패요인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현직 CEO의 권력욕, 안전한 인물을 원하는 이사회, CEO 선정의 객관성 결여, 차세대 임원 배제 등이다. 이 때문에 명확히 볼 수 있는 판단력이 흐려져 기업에 맞는 후계자 선정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노력 하나

세계경영연구원(IGM)에 따르면 버핏의 기준은 일반 CEO 선정 기준과 다르다고 한다. CEO 선정 기준을 간결하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07년 3월1일 주주들에게 배포한 연례 보고서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공개 모집한다고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버핏의 후계자를 뽑는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버핏이 생각한 기준은 4가지로 요약된다. 독립적 사고방식, 위기를 인식하는 능력과 그를 피해갈 수 있는 능력, 감정적으로 안정적, 인간과 주변상황에 대한 예민한 통찰력이다.

이 4가지 기준은 버핏의 장기인 장기투자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그는 이것이 버크셔 헤서웨이 기업문화에도 잘 맞는다고 평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업체인 타타 모터스와 세계 7위 제철업체인 타타스틸 등 98개 회사를 거느린 타타 그룹은 1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7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이 그룹은 2009년 말부터 후계자 선정에 착수했다. 100년 전부터 하루 8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만큼 직원 복지에 신경을 써 왔다. 정치인에게 뇌물 주기를 거부해 인도에서 존경 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라탄 회장은 이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후계자를 뽑을 계획이다. 기준은 청렴해야 하며 타타가 우선시하는 가치를 존중하는 인재다. 지주사인 타타선스는 5명으로 이루어진 후계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기업과 후계자의 궁합을 보는 데 워런 버핏과 라탄 타타 회장은 집중했다. 하지만 인재를 고르는 것을 넘어 육성하는 기업도 있다. 바로 재일교포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다.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신 30년 비전설명회'에서 2040년까지 시가총액 200조엔, 계열사 5000 개를 거느린 세계 10위 기업으로 소프트뱅크를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후계자 육성을 꼽았다.

◇300명 뽑아 10년간 '포스트 손정의' 육성

후계자 양성 프로젝트의 목표는 현재 53세인 손 회장이 60대에 은퇴하기 전 후계자를 세우는 것이다.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다. 300명의 수강생으로 운영되는데 270명은 소프트뱅크 직원 2만1885명 중에서 선정하고, 나머지 30명은 외부에서 선발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4시~5시간에 걸쳐 손 회장이 직접 교육한다. 회장의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후계자를 약 10여 년의 시간을 두고 키우는 데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리더들을 키우는 셈이다. 30년 후에 5000개 계열사를 꿈꾸는 소프트뱅크에게 지금의 수강생은 모두 차세대 리더감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단기간에 전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CEO가 내려야할 의사결정력과 판단력은 단기간에 쌓을 수 없기 때문이다. 300명의 직원들은 손 회장을 곁에서 보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포스트 손정의를 300명이나 키워낸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유라 IGM 선임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와 맞는 후계자를 뽑고 이들을 교육하고 다듬는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을 투자하고 있다"며 "한정된 인재풀에서 후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이들의 노력과 열린 태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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