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아먹기'에만 몰두하는 국내 보험사, "해외 시장이 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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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아먹기'에만 몰두하는 국내 보험사, "해외 시장이 답인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2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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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마케팅비로 소모적 경쟁 치중...손보사, 2분기 이후 실적도 '먹구름'
해외 門 계속 두드리고 있으나 성장 더뎌...지난해 8년 만에 해외 사업 흑자 전환

국내 보험사들이 내수 경기 침체와 보험 시장 정체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해외 진출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반면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마케팅비로 소모적 경쟁 치중...손보사, 2분기 이후 실적도 '먹구름'

국내 보험 시장은 고성장 시기를 지나 이미 오래 전부터 정체기에 접어들어 외형 성장이 멈춘 상태다. 게다가 상위권 대형 보험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보험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익성이 급감한 손해보험사들 사이에서 최근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져 손보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상위권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 장기보장성 인(人)보험 신규 계약 유치에 열을 올리며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은 데 이어 이번 2분기에도 보험사 간 강도 높은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손보사들은 인센티브(시책비) 확대, 인수심사(언더라이팅) 완화 등 무리한 마케팅 활동으로 신규 계약을 늘릴수록 초기 비용이 따라 늘어 당장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까지 나서 GA(독립법인대리점) 설계사에게 인센티브로 안마의자까지 제공하는 등 화끈한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마케팅비용 집행으로 단기간 내 실적 악화가 우려되지만 인수심사 완화로 보험 계약의 질이 낮아져 2분기 이후에도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본다. 안 그래도 내수 시장이 정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끼리 국내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제살 깎아먹기'식의 소모적 행태라는 비판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門 계속 두드리고 있으나 성장 더뎌...지난해 8년 만에 해외 사업 흑자 전환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시장 노크는 꽤 오래 전부터 계속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점포는 지난해 아시아(51개), 미국(17개), 유럽(12개), 브라질(1개), 러시아(1개) 등 지역에서 총 82개로 전년보다 3개가 줄었다. 지난해에 신설된 점포는 한 군데도 없다. 해외 진출 형태는 사무소 40개, 현지법인 32개, 지점 10개다.

그나마 지난해 해외사업 영업이익 규모가 235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약 4930만 달러 증가하면서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해외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도에 2090만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지난해에는 4460만 달러 증가한 2370만 달러를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글로벌 보험사에 비하면 국내 보험사의 전체 사업 가운데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포춘 글로벌 2000 기업에서 109개 보험회사 중 해외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들의 해외 사업 비중은 자산 기준으로 생명보험 41.6%, 손해보험 28.6%, 겸업 보험회사 51.5%지만, 국내 보험사는 생명보험 0.5%, 손해보험 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해외 사업이 있는 44개 보험회사의 평균 ROA는 1.21%, ROE는 8.73%인 반면, 해외 사업이 없는 65개 보험회사의 평균 ROA는 0.87%, ROE는 8.36%로 수익성이 더 떨어졌다. 국내 보험사의 경우 해외사업이 있는 3개 국내 보험회사의 평균 ROA는 1.06%, ROE는 10.2%이지만, 그렇지 않은 보험회사의 평균 ROA는 0.48%, ROE는 7.16%다.

(왼쪽)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과 마이클 왓슨(Michael Watson) 캐노피우스사 회장 (사진=삼성화재)

◆금리 인하 기조 확산...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세계적인 재보험사 스위스리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보험시장에서 신흥국 비중이 2017년 기준 18.8%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8년에 28%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2035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보험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보험사는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도 신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해외 진출 확대에 본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지화 전략 부재, 높은 진입 규제, 낮은 인지도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보험사가 단독으로 지점이나 법인을 설립하기 보다는 현지 금융회사와 합작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지 판매채널, 보상조직 등 보험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 지분 투자를 통해 현지 보험시장을 먼저 파악하고, 경영 참여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해외 지역별로 다양한 진출 사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험개발원은 향후 2년간 글로벌 손해·생명보험 시장의 성장률은 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흥국 보험시장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각각 8%, 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보험업이 앞선 나라에 진출해 선진회사들의 노하우와 글로벌 경쟁력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달 초 약 17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통해 영국 로이즈 캐노피우스사에 전략 주주로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로이즈 보험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영국 로이즈 보험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52조 원 규모로 런던을 비롯한 전세계 80개국에서 테러, 납치, 예술품, 전쟁 등 관련 배상보험의 특화된 리스크를 인수하는 시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당국 초청 세미나 개최, 현지 연수 제공 등 신남방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감독 지식과 경험 전수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해외 진출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해 현지 규제 정책 동향과 협력 확대 계획 등을 공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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