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술이 금융을 바꾼다] 고객에서 유저로: '언택트(Untact)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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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술이 금융을 바꾼다] 고객에서 유저로: '언택트(Untact) 시대'의 개막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21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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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판을 갈아엎는 금융당국,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핀테크 기업
금융당국과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 바빠진 금융회사들

핀테크(Fin Tech)는 대세다. 기술이 금융을 바꾸고 있다. 핀테크 세계에서 고객(consumer)은 유저(user)다. 고객이 '호갱'이던 시대와 다르다. 유저는 호갱처럼 어수룩해 보이다가도 단물이 빠지면 금세 떠난다. 게다가 유저를 똑똑하게 만드는 금융 서비스들이 속출하고 있다. 폭풍전야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핀테크 기업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린다. 금융의 언택트(Untact) 시대가 열렸다. [편집자 註]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열린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EY)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핀테크 도입 지수(Fintech Adoption Index)가 2017년 32%에서 올해 67%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지수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보다 낮지만, 미국, 일본 등 전통적 금융이 발달한 나라들보다는 높다. 핀테크 선진국인 영국(71%)과도 큰 차이가 없다.

국내 금융업계에서도 디지털 전환(Digtal Transformation)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는 단연 핀테크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IT 강국이자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까지 거머쥔 우리나라가 핀테크 시대에서 뒤처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 핀테크는 다른 주요 국가보다 다소 출발이 늦긴 했지만 최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는 "우리나라가 금융을 재미있게 만들고 있다"며 국내에서 부는 핀테크 바람에 주목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이 서로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며 '핀테크 혁신' 새 역사의 첫 페이지를 쓰는 중이다.

◆금융 판을 갈아엎는 금융당국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펴오던 금융당국이 한 켠에서는 금융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금융 판 갈아엎기에 나서며 그 어느 때보다도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혁신 생태계 구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핀테크 활성화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를 손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1일에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도입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금융위가 최종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에 금융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등 규제를 최대 4년간 적용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초기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핀테크 혁신의 핵심 인프라인 '오픈뱅킹' 도입을 위해 금융당국뿐 아니라 금융보안원, 신용정보원 등 유관 기관과 주요 금융회사, 핀테크 기업 등이 함께 '데이터 표준 API' 워킹그룹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는 오픈뱅킹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하반기 중에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오픈뱅킹을 법제화하고, 전자금융업을 전면 개편해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국회 심의가 예정된 '데이터 경제 3법(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도 대비해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개방 촉진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달 초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오픈 행사를 열고,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을 통해 금융권에 축적된 양질의 데이터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23일 금융당국이 주최한 '핀테크 코리아 위크 2019'에 참가한 뱅크샐러드 부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핀테크 기업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주로 간편결제·송금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대출, 보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면서 고객(유저)들을 자사 금융 플랫폼에 끌어모으고자 노력하고 있다.

금융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자금융업자 수는 올해 2월 총 116개사로 5년 전인 201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간편송금 규모는 지난해 일평균 140만 건으로 2년 전인 2016년보다 10배 가량 늘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출시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면서 금융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산업 성장에 미치는 정부 규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대신에 기존 금융회사들은 정해진 규제의 틀 안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안정된 수익 기반을 보장 받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에 금융산업은 정부 규제가 풀리는 영역마다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길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에 따라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일반 신용카드보다 훨씬 저렴하고, 결제시점의 환율이 즉시 적용돼 고객이 환변동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당장 내달부터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NHN페이코 등이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등에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 달 23일 금융당국이 주최한 '핀테크 코리아 위크 2019'에 참가한 BC카드 부스

◆금융당국과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 바빠진 금융회사들

금융회사에게 핀테크는 성장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협의 대상이기도 하다. 기존 금융회사에는 업의 특성상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해 기존 금융산업의 틀에서 안주하고자 하는 습성이나 관행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핀테크가 대세임은 분명하지만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협적이진 않다는 생각도 의식 저변에 존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금융혁신 기조에 발맞춰 KB금융, 신한금융, DGB금융 등 금융지주회사들은 직접 핀테크 랩을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 랩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상용화되기까지 사업성 검토, 법률상담, 자금조달 등 필요한 과정마다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 조직이다.

한편, 보험업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달 1일부터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보험회사가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핀테크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는 업무가 엄격히 열거돼 있어 핀테크 업체 지분의 15%를 초과하는 투자가 불가능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제스처에 불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서, 기존 금융회사들은 핀테크 기업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끝나는 순간 서로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달 2일 '핀테크 코리아 위크 2019'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고객에서 유저로 : 언택트 시대, 호갱이 사라진다

금융회사는 창구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모시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앱 하나로 유저들을 모은다. 핀테크 기업들에게 확보된 유저 수와 유저들의 활동성은 곧 돈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 역시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비대면 금융서비스다. 금융업의 보수적인 특성상 보안 문제에 대한 고객의 안심도 중요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유저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더욱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전의 금융회사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고객들이 찾아왔다. 또한 금융상품의 합리성과 차별성보다는 대면 영업의 온정주의가 더 강하기도 했다. 고객은 금융회사별 상품간 차이에 둔감했고, 어려운 금융상품을 직접 공부해 보겠다는 시도는 언감생심이었다. 은행 창구에서 권하는 예·적금, 카드 등 상품을 타사 상품과 비교 없이 쉽게 가입했고, 보험 설계사들의 말만 믿고 상대적으로 비싼 보험료도 묵묵히 납입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핀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혁신금융서비스들이 고객을 똑똑한 유저로 만든다. 핀테크 기업들은 유저들에게 각 상품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회사들로부터 유리한 금리나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아예 현금성 혜택을 살포해 유저들을 모은다. 더 많은 유저들을 금융 플랫폼에 끌어모아 그들의 정보를 최대한 오래, 많이 쏟아내게 만든다.

기업 입장에서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장점은 서비스 운영비용과 데이터 수집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비대면 서비스가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게다가 고객들이 공개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 금융 혜택을 제공 받을 수도 있다. 핀테크 기업들의 언택트 금융 서비스가 늘수록 마음 약한 고객들을 호갱으로 만드는 영업 방식도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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