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디스플레이 신소재로 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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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디스플레이 신소재로 응용한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06.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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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팀, DNA 마이크로패치 구조체 제작 성공
DNA 분자 배향 모식도.[사진=카이스트]

DNA를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 신소재로 응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DNA는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마이크로 크기의 DNA 2차원 마이크로패치 구조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제어,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커피가 종이에 떨어지고 물이 마르면 동그랗게 환 모양이 생기는 이른바 ‘커피링 효과’에 주목했다. 이를 DNA 수용액에 적용해 DNA 기반의 마이크로패치를 만들었다.

DNA는 이중나선 구조와 나노미터 주기의 규칙적 모양을 가져 소재 분야에서 일반적 합성방법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정밀한 구조재료이다. 정밀한 DNA 합성 등의 기술을 이용해 스마일 패치(smile patch) 등의 재미있는 모양을 구현해 왔는데 재료 가격이 높아 실제 응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어에서 추출한 DNA 물질을 이용해 기존보다 1000배 이상 값싼 비용으로 잘 정렬된 뜨개질(knit) 혹은 아이스크림콘 모양의 기존에 없던 마이크로패치 구조체를 대면적에서 구현했다.

DNA가 물에 녹으면 마치 물풀과 끈적끈적해지면서 서로 적당한 힘으로 끌어당기며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액정상(liquid crystal phase)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액정 표시장치(LC display 혹은 LCD)에서는 액정분자들이 전기장을 통해 방향성이 제어된다. 이처럼 수용액 상태의 DNA 액정상이 두 기판 사이에서 문질러지며 물의 증발이 이뤄질 때 DNA 나노 구조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렬된다. 과일 잼을 식빵에 바르면 과일 알맹이가 한 방향으로 잘 펴 발라지면서 마르는 현상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DNA가 한 방향으로 문질러져서 마를 때 바닥에 평평한 기판 대신 일정한 모양을 갖는 수 마이크론 크기의 기둥(혹은 요철)들이 있는 기판을 사용하면 2차원 뜨개질 모양, 아이스크림콘 모양 등 좀 더 흥미로운 들을 제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금 나노막대와 같은 플라즈몬 공명(plasmon resonance)을 나타내는 소재와 결합해 디스플레이 소자에 응용을 시도했다. 플라스몬 공명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판에 빛을 쪼일 때 그 표면 위에서 전자가 일정하게 진동하면서 자신의 에너지와 일치하는 빛에만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한 색만 반사해 선명도와 표현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이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방향으로 금 나노막대가 정렬하는지를 나타내는 배향(orientation)이다. 즉 막대들이 한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될 때 광학·전기 특성이 극대화된다. 연구팀은 이 점에 착안해 DNA 마이크로패치를 일종의 틀로 삼아 금 나노막대들을 독특한 형태로 배향하고 플라즈몬 컬러 기판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DNA 2차원 마이크로패치 제작 기술은 DNA를 구조재료와 전자소재로써 활용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연구는 카이스트(KAIST) 화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 등이 맡았다. 차윤정 박사, 박순모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1 저자로 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월 7일 자 온라인판(논문명 : Microstructure arrays of DNA using topographic control)에 실렸다.

윤 교수는 “연구를 통해 밝힌 것처럼 DNA가 금 나노막대와 같은 광학 소재와 복합체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자연계에 무한히 존재하는 DNA를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 신소재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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