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성명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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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성명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6.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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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WHO 권위 뒤에 숨어 공허한 주장 반복 멈춰야"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10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며 "그 이유로 이에 대한 사회과학 연구가 부족하며 진단의 근거가 된 논문이 의료계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이어 "전체 국민 중 67%가 이용하고 있는 게임은 건전한 놀이문화이자 영화나 TV, 쇼핑 등과 같은 여가 문화 중 하나"라며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 취급을 하면 제2, 제3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보건복지부와 중독정신의학계를 향해 게임중독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만드는 과잉 의료화로 새로운 의료 영역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의심하고 있다”며 “WHO 총회의 결정이라는 거대한 권위 뒤편에 서서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그럴 듯한 학술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공허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즉시 멈춰달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성명 전문이다.

[전문] 게임 개발자 및 종사자로서의 입장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연구들은 너무 낡은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관련 결정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 논문들이 사용하는 중독 진단 척도가 20년전 개발된 인터넷 중독 진단 척도(IAT, 1998)를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게임 행위와 중독간 인과요인의 분석에 대한 의약학 연구 이외에 사회과학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게임질병코드의 섣부른 국내 도입을 반대합니다.

“게임은 수많은 문화 중 하나일 뿐입니다”

우리는 ‘게임은 좋은 것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중독의 원인’이라는 중독정신 의학계의 해괴한 논리에 반대합니다. 게임은 건전한 놀이이자 영화나 TV, 인터넷, 쇼핑, 레저 스포츠와 같은 취미여가 문화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개인의 건전한 놀이나 취미 활동이 과하다고 질병으로 취급하면 제2, 제3의 게임질병코드가 개인의 취미 생활을 제약할 것입니다.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전체 국민 중 67%가 이용하고 있는 게임의 사회 공익적인 측면에 대해 공감하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계와 개발자 및 종사자들 모두 지난 30년간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돌아봐야 한다는 내부 자성의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아울러 게임 업계가 스스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게임 내 소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우리 게임 개발자 및 종사자들은 게임의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게임 제작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중독정신 의학계의 논리에 대한 우려 사항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학계의 포괄적 지지(컨센서스)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WHO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게임이용장애 관련 의사진행발언에는 미국, 한국, 일본 대표가 모두 입을 모아 ‘진단 기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후속적인 추가 연구의 지속성’을 언급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과 한국, 일본은 전세계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 산업의 선진국들입니다. 이는 WHO 내부에서도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 우려하는 ‘연구 자료의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나 중독정신 의학계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의결 사항’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은 게임에 대한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합니다”

201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인터넷게임 중독 선별도구로 개발된 게임 중독 진단 척도 기준(IGUESS)의 오류에 대해 우려를 표합니다. 게임 중독 진단 척도로 삼는 자가문진으로 개발된 내용이 1998년의 Young이 개발한 인터넷중독 진단 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이며,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가문진을 해도 ‘잠재적 위험군 혹은 고위험군’으로 나오는 비상식적인 결과는 이 도구를 개발한 중독정신 의학계 학자들의 게임에 대한 몰이해와 잘못된 선입견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심각한 오류를 가진 IGUESS와 IAT의 진단 기준을 기반으로 2014년 이후부터 진행된 수백편에 달하는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의 연구비가 지난 수년간 250억이나 소요되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가 되는 사항입니다.

“한국의 게임 중독 연구 논문은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습니다”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국내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89% 이상이 게임은 행위 중독의 요인이라는 논조의 프레임에서 시작된 의도적 논문이라고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같은 시기에 SCOPUS(우수학술논문 인용지수) 등재된 671편의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한국, 중국, 대만은 91%가 게임 중독 혹은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찬성하는 논문을 작성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에서는 52%가 게임 중독 혹은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논문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아시아 국가에서의 게임을 바라보는 선입견이 서구권과는 다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과몰입과 관련된 전체 학술 논문 자료 중 한국, 중국의 자료가 전체 자료 중 3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WHO 관리들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로부터 압력이 있다’는 인터뷰 내용과 맥락이 같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 관련 논문의 양적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질적 개선입니다”

중독정신 의학계에서 주장하는 인터넷 게임 중독과 관련된 논문수가 이미 충분하다며 양적인 숫자만 앞세우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학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4,000개 이상이라는 인터넷게임 중독 논문 중 단순 석사 학위 논문, 다른 연구의 인용 논문, 임상 현장이 아닌 단순 통계적 자료로 분석된 논문, 일반 집단에 대한 단순 예방적 논문, 이중 진단자 대상 임상 연구 논문, 게임이 아닌 인터넷 중독에 대한 논문 등 우수 학술지에 게재되지 못한 논문을 배제하면 그 수는 현격히 줄어듭니다.

“게임질병코드가 도입되어 의료 현장으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겁니다”

실제 국내외에서 진행된 게임 과몰입에 관한 모든 연구를 학술적 가치가 없는 연구로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중독정신 의학계의 연구가 물질 중독에서 이뤄낸 성과를 행위 중독으로 어떻게 설득력있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학계의 노력이 아직도 부족하고 전체 학자들 사이에서 과학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이며, 관련 학계 전문가 모두의 동의를 얻을 만큼 확증적인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는 점은 중독정신 의학계 학자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명확한 사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우선 게임 중독 진단 기준과 치료 기준을 임의로 정하고, 불분명한 게임 중독 환자들을 양산하며 연구 자료를 축적하자는 중독정신의학계 일부 학자들의 의견은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유발되므로 매우 우려가 됩니다.

특별히 중독정신 의학계 일부 학자들에게 바라는 말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의 2019년 정신건강복지관련 재원 확충안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정신건강관련 예산은 복지부 예산의 1.5%, 즉 1,713억이라고 합니다. 중독 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금이 부족하고 다른 국가들의 2.8%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정신 의학계 내부 의견에 공감이 됩니다. 정부 예산을 늘리고 기금을 확보하여도 모자른 부분은 플러스 알파라 명명하며 중독정신건강문제의 사회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재정적 결핍 이유로 인해 게임중독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만드는 과잉 의료화가 시작되고, 신규 의료 영역을 창출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우리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도박 중독(질병코드:6C50)은 성인이 대상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발적 치료를 받지 않지만, 게임이용장애(질병코드:6C51)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취학취학생들이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신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게임 개발자, 종사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의 장르, 플랫폼, 이용 대상에 따라 다양한 게임플레이 패턴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이용 형태도 다양한 특성의 분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게임 분야의 전문가들입니다. 중독정신 의학계가 게임중독을 규정하려면 우선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어떤 논문에서도 게임 이용 패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2013년 이후 게임 중독이야말로 중독정신 의학계의 숙원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 하려면 소모적인 주장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장 게임이용장애 현상의 명칭에서도 게임 중독, 게임 몰입, 과도한 플레이, 의존성 플레이 등 관련 현상을 가르키는 용어조차 학계 내부에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계의 합의가 부족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독정신 의학계가 게임질병코드의 KCD 도입을 원한다면 그에 걸맞는 충분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학계 내의 과학적 합의조차 부족한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음을 깨닫기 바랍니다.

지난 십여년간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중독정신 의학계의 일부 학자들은 WHO 총회의 결정이라는 거대한 권위 뒤편에 서서 자신들의 눈과 귀를 막은채 그럴듯한 학술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공허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을 즉시 멈출 것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의약계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심리학 등 관련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학계의 포괄적 지지부터 이끌어내길 바랍니다. 아울러 지난 십여년간 지속된 이 소모적인 논쟁이 부디 종식되기를 원합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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