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WHO의 게임 질병 인정과 그에 대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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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WHO의 게임 질병 인정과 그에 대한 문제점
  •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9.05.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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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지난 25일, 게임 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질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WHO는 게임 중독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두었다.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어 다른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그 결과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 중독으로 판단한다. 또한 증상이 심각할 경우는 12개월 보다 적은 기간도 게임 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게임에 의해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의 분야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게임 중독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로서 게임 중독은 2022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일단 WHO의 기준에 따르면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심각한 수준이 아닌 한에는 게임 중독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즉 스스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정해놓고, 잘 지킬 수 있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WHO의 이번 결정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오해와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일단 게임 = 중독, 질병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얼마 전 이슈가 됐던 모 TV토론 프로그램의 패널이 자신도 게임을 즐겼다며 예를 든 게임이 너구리, 갤러그였다. 이 게임들은 이미 40년 가까이 된 게임으로, 최근 유행하는 게임과는 거리가 있다. 패널의 이야기는 자신도 어릴 때부터 너구리, 갤러그 등의 게임을 해 와서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게임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로 이야기한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게임을 예로 든 탓에 오히려 게임 문외한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번 WHO의 결정이 우려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중독자로 몰기가 더 편해졌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가 게임을 할 경우 게임을 하면 중독자가 될 수 있고, WHO가 게임을 중독, 병으로 판정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렇게 WHO의 이번 결정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더욱 큰 소리를 내게 됐다. 이미 비디오 게임이 본격 탄생한 70년대 중반, 80년대 초반부터 게임을 하면 학업에 방해되고, 불량배들과 어울리기 쉽다며 게임 =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게임이 14조 규모의 커다란 산업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사실 지금 게임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 그래픽, 네트워크 관련 기술, 보안, 가상 현실 등등이 모두 게임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게임은 여러 분야의 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다.

현재 학생들은 학교, 학원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학업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달콤한 휴식 시간이 바로 게임이다. 잠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또 PC나 게임기로 1~2시간 게임을 즐기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요즘 학생들은 게임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게임이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같은 관심사의 학생들과 어울리며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에 중독, 질병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좋지 않은 시선이 더욱 안 좋아 질 수 밖에 없다. 

이번 판정은 게임 산업에 여러 규제가 생길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 수출길이 막혀 가뜩이나 힘든 국내 게임사들은 새로운 규제와 세금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회사들이 아닌 소규모 회사들에게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게임 산업 규모는 약 14조원에 달하는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질병코드로 분류되면 2023년부터 향후 3년간 11조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국내외 게임 업계와 단체들, 그리고 유저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혹은 자신의 취미 생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추가된다면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나마 최근 일부 게임들은 게임 시간을 제한하거나 일부 게임기는 플레이 시간을 관리하는 등 여러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오히려 닌텐도의 스위치는 게임기에 종이 공작을 더해 사물의 원리를 알려주는 등 게임과 교육과의 새로운 접목을 시도하며, 학습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Wii 시절부터 유행시킨 운동 게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게임은 학습이나 건강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사용도 가능하다. 

이제 게임 중독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뜨거운 논쟁이 될 것이다. 과연 국내에서는 WHO의 이번 결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준혁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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