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화웨이 배제 동참은 "확대 해석"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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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유플러스, 화웨이 배제 동참은 "확대 해석" 일축
  • 정두용 기자
  • 승인 2019.05.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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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통신망 이원화 사업의 성격상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지 않은 것"
- LG유플러스 "아직 화웨이 배제 논의할 단계 아냐"

KT와 LG유플러스가 ‘화웨이 배제’에 동참할 분위기라는 시장에 루머에 대해서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신규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가 장비가 채택이 안 된 것은 맞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과 달리 이는 미ㆍ중 무역전쟁을 고려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시기가 공교롭게 겹쳤을 뿐 통상적인 절차여서 ‘화웨이 배제’와 같이 특별한 의도가 없다는데 입을 모았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백본망 신규 구축을 미국 광전송장비 전문 업체 인피네라를 선정해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백본망 신규 구축 사업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거나, 사업자를 확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미국의 화웨이 재제에 동참할 움직임이라는 루머에 "곤혹스럽다"는 기색을 보였다. 이들은 신규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가 채택이 안 된 것은 맞지만, 이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본망(backbone networkㆍ기간망)은 유선망과 유선망, 유선망과 무선망을 연결하는 중추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서로 다른 네트워크가 하나로 통합해 사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최상위 통신망이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 모두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부 보도와 시장의 루머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확대해석이 된 부분이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화웨이 배제’에 동참한다는 입장이 확실시 되는 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KT가 이번에 추진하는 백본망 신규 구축 사업의 목적은 ‘이원화’다. KT는 지난해부터 전송망에 대한 이원화 사업을 추진했다. 본래 사용하는 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새로운 전송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피네라가 낙찰됐다.

KT 관계자는 “기존 유선망의 일부 구간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며 “단일 회사의 장비를 지속해서 이원화 망에도 사용하는 것은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송망 이원화 사업은 재난ㆍ재해 등에 대비함은 물론, 본래 망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도 통신을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 추진된다. 현재 KT의 유선망 구간에 일부 들어온 화웨이 장비를 또 다시 들여올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본래 사용되는 망에서 부품수급이 안 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원화한 통신망을 이용해야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통상적으로 본래 사용하던 망을 구축한 사업자와 다른 회사의 장비를 투입한다. 이 때문에 화웨이를 백본망 이원화 사업자로 선정하는 것은 ‘망 생존성’을 높인다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미ㆍ중 무역전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시기에 알려지며 오해가 생겼다”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신규 사업자 선정은 가격과 성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도 난감한 기색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화웨이 배제’에 대해서 “기존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LG유플러스는 주한 미군 지역에서 지난 2013년 LTE망을 도입하면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5G 통신망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에릭슨 장비로 망을 구축했다. 주한 미군 인근의 통신망에선 무선망 도입 단계부터 화웨이와는 상관이 없었다는 의미다.

미군 지역을 제외한 전 구간의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에 대해선 “변경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추후에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결정할 단계도 아니다”며 “5G 통신망 구축에 현재 화웨이 장비를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공급에 차질이 생긴 적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는 네트워크 이중화ㆍ기지국 확대 등의 사업들을 지속해서 진행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업자 선정 시기가 미ㆍ중 무역전쟁과 맞물리며 각종 루머가 탄생했다.

현재 화웨이 장비는 기간망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유무선사업자 4개사가 모두 사용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 지자체 시설 등 곳곳에 구축된 내부 유선망의 3분의 1이 화웨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5G 무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기업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화웨이는 유선 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ETRI 기술경제연구본부에 따르면, 화웨이는 유선 가입자 장비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32.7%, 백본장비(라우터·스위치, 광전송장비)에서 24.1%, 이동통신 기지국과 교환기에서 29.3%를 각각 차지해 전 분야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미ㆍ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IT기업들은 물론 일본, 영국, 대만 등의 이동통신 사업자와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 배제’에 동참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농협이 1200억원 규모의 전국 유선통신망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설치된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일괄적으로 거둬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국내 이동통신 기업들이 추후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엔 신중함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ㆍ중 무역전쟁에 대한 정치적인 배경보단, 이 갈등으로 빗어진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비를 가져와 사용하는 통신사들의 입장에선 장비의 안정성과 추후 관리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미국과 중국을 저울질하며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시장의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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