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피해자들, 코오롱에 집단소송 "생체실험했나"...사퇴한 이웅렬 전 회장 '먹튀 논란'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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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피해자들, 코오롱에 집단소송 "생체실험했나"...사퇴한 이웅렬 전 회장 '먹튀 논란' 불똥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5.07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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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2017년 3월 잘못된 제조 파악했다고 공시...이웅렬 전 회장, '인보사' 아버지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스스로 회장직을 사퇴해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먹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웅렬 전 회장은 회장직 사퇴 직후 탈세 수사에 이어 최근에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원료 성분 은폐 의혹 사건에서 '책임론'이 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인보사' 투약 피해자들이 코오롱 측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공학 등 코오롱그룹 계열사 주가는 하한가 수준까지 급락했다.

또한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고발한 인보사 사건을 최근 형사2부(부장 권순정)에 배당하고 사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의료범죄 전담부서다. 

검찰, '인보사 사건' 검토 착수...연골세포가 아닌 위험물질 '신장세포'로 제조

코오롱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를 원료로 인보사를 제조해 판매해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장세포는 종양유발 가능성이 있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위험한 원료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승인 이후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은 3,707명에 이른다.

'인보사' 투약 피해자들은 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오롱 측이 원료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판매 당시에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고의적 은폐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보사

인보사의 위탁 생산을 맡은 미국 론자가 지난 2017년 자체 검사를 실시한 뒤 ‘인보사 성분이 신장세포’라는 결과를 코오롱 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검사 결과가 포함된 내용을 통지 받은 것은 맞지만, 위탁 생산 가능 여부에 대한 보고서여서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의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 코오롱 측 주장이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법은 허가 또는 신고된 내용과 다른 의약품을 판매 목적으로 제조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투약과 부작용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인보사 투약 피해자들, 이달 중 코오롱생명공학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 예정

'인보사' 투약 피해자들은 이달 중 코오롱생명공학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110여 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건당 600만~700만원 정도에 달하는 약값 비용(재산상 피해)과 발암 공포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다.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미국, 유럽 등에서 사람 몸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한 위험 물질"이라며 "그간 사례가 없었던 것은 사람 몸에 사용하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험물질을 코오롱 측이 사용한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한 생체실험한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밝혔다. 

이어 "3400여 명이 피해를 입었는데 15년간 케어한다는 것은 그간 암에 걸릴 지 모를 불안에 살란 말인지 무책임한 처사"라며 "코오롱측이 지난 2월 26일 알았다는 주장대로 해도 3월에 인보사를 투약한 피해자도 많다. 이는 고의적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보사 의혹'과 관련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2년전에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았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책임론으로 불똥이 튈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회장직 자진 사퇴를 선언한 후 직원들과 인사하는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

이웅렬 회장은 지난 11월 당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청년 이웅렬'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시간외거래 장 마감직후 정정공시에서 "(인보사의) 위탁생산 업체(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1액과 2액에 대해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위탁 검사를 해 2액이 사람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코오롱생명과학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2년 전인 2017년 3월에 인보사의 2액이 사람의 연골세포가 아닌, 293유래세포(신장세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인보사가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것이 2017년 7월이다.

그런데 코오롱티슈진은 이보다 4개월 앞서 이런 사실을 알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은폐 의혹'이 나오는 지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이자 인보사 생산업체인데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모를 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코오롱티슈진, 공시 통해 "2017년 3월, 문제점 알았다"...코오롱생명과학 "몰랐다"

무엇보다,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 293유래세포임을 미리 알았다고 스스로 자백했다는 점 이 주목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몰랐다'는 해명대로 보자면 코오롱티슈진은 293유래세포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모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에 알리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에서도 이를 은폐한 결과가 되기 때문. 

그렇다면, 코오롱티슈진은 왜 뒤늦게 이를 공개했을까?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년 코오롱생명과학과 총 5000억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가 2017년 12월 계약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 

지난해 4월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계약금 25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런데 소송으로 인한 계약취소 사유 추가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공개된 것.

미쓰비시다나베 측은 론자의 STR 검사에서 2액이 293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내용을 계약 취소 사유에 추가했다. 그러자 코오롱티슈진은 정정공시로 사실을 인정한 것.

결국 인보사 은폐 의혹은 모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 뿐만아니라 이웅열 전 회장에게까지 불통이 튈 수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이 사퇴한 시점은 11월이다. 이 회장은 당시 전격 사퇴해 놀라게 했다. 이웅렬 전 회장은 사퇴 전까지 코오롱생명과학 등의 등기이사였다. 

공교롭게도 이웅렬 전 회장은 사퇴 직후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이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웅렬 전 회장, 인보사 개발 진두지휘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

이웅렬 전 회장은 평소 인보사에 대해 ‘20년 걸려 낳은 네 번째 자식’이라고 칭하며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사내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19년 동안 1100억원을 투자하며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웅렬 전 회장

이웅렬 전 회장은 지난 1996년 회장에 취임한 후 그룹의 미래산업을 바이오로 정한 뒤 2년 후인 1998년 11월 3일 인보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 전 회장은 이 날을 ‘인보사의 생일’로 정하고 지난해엔 인보사 생산거점인 충주공장에서 ‘인보사 성인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보사와 이웅렬 전 회장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이웅렬 전 회장은 지금도 고문직은 갖고 있다.

또한 이웅렬 전 회장은 거액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지주회사인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베니트 등 자신이 등기이사로 몸담은 6곳 중 5곳에서 총 455억7000만원을 수령했고 이 중 410억4000만원이 퇴직금이었다.

인보사를 만든 코오롱생명과학에서도 32억2000만원을 받았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에게 거액을 반환해야 한다. ‘인보사’의 미국 3상 임상시험이 중단될 경우 계약금 150억원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 먼디파마는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키슈진 등은 인보사 여파로 주가가 25% 이상 급락했다. 

'인보사 은폐 의혹'은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면서 개발 주체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이를 주도한 이웅렬 전 회장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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