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 변호사에게 듣는다] 준강간죄, 불능미수 인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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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변호사에게 듣는다] 준강간죄, 불능미수 인정의 의미
  • 황창영 기자
  • 승인 2019.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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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만취하거나 깊이 잠든 사람,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간음하면 준강간죄가 성립하고, 강간죄의 예에 의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 폭행 또는 협박을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위법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강간죄도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만취한 사람을 간음하려다가 깨어나거나 다른 사람이 제지하는 바람에 관계를 하지 못했다면 준강간미수죄가 성립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그런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경우에도 준강간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되었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아내의 친구인 피해자와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아내가 먼저 잠들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간음을 하였다가 강간 혐의로 기소되었고, 1심 재판 과정에서 군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 혐의를 추가하였다.

1심은 A씨에 대하여 강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하였지만,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져 군검찰은 재차 공소장을 변경하여 준강간미수 혐의를 추가하였다. 이에 2심은 준강간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A씨는 2심에 불복하여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즉,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했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준강간죄의 성립 가능성이 없는 경우였으나, A씨가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대법원에서 준강간미수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함에 따라, 준강간미수죄의 처벌 범위가 굉장히 확대되었다.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위험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적용하여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법률규정이 아닌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처벌여부를 맡기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에 따르면 준강간죄가 문제되는 경우, 과거와 달리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의식을 가지고 있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 발생의 위험성’조차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완전히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현중 변호사는 경찰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현재 더앤 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송파경찰서와 서울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황창영 기자  1putter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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