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의 동물경영학] 하마와 고래 똥은 생태계 프라이스리스(priceless)...축분은 소중한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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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원의 동물경영학] 하마와 고래 똥은 생태계 프라이스리스(priceless)...축분은 소중한 자원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4.2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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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소중한 먹이 '영양분'이 가득

너무 소중해서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경우, 프라이스리스(priceless)라는 형용사를 명사 앞에 붙인다.

프라이스리스의 수식을 받는 명사는 눈에 보이는 보석(jewel) 같은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추억(memory) 같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18일 잉글랜드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손흥민은 맨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2차전에서 2골을 기록하며, 팀 창단 이후 최초로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는데 기여한다.

손흥민은 지난 10일 준준결승 1차전에도 1골을 기록하여 8강전 두 경기에서 토트넘이 기록한 4골 중 3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골은 구단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프라이스리스 골즈(priceless goals)라고 할만하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성과를 낸 손흥민도 프라이스리스 플레이어(priceless player)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생태계에도 손흥민이나 손흥민의 골처럼 프라이스리스한 가치를 가진 존재들이 있다.

하마, 고래 같은 거구들은 골이 아닌 자신의 독창적 생산물로 지구환경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3번째로 큰 동물인 하마와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인 고래는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동물은 어류가 아닌 포유류지만 수중생활을 즐기고,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먹고 배설한다. 그리고 두 동물의 배설물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고래와 하마의 혈연관계도 그리 멀지 않다고 한다.

하마는 성체가 되면 1.5~3톤에 달하는 체구가 된다. 덩치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 하마는 매일 50~80kg나 먹는다. 하마에게는 물 밖에 있는 영양분을 수중 생태계로 전달하는 숙명이 있다. 하마는 먹이 활동과 배설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숙제를 충실히 해결한다.

하마의 먹이는 대부분 물 밖에서 조달된다. 하마는 해가 뜨면 뭍에서 물로 들어가고, 밤이 되면 뭍의 초지로 나와 먹이 활동을 한다. 물속에서 16~18시간, 뭍에서 6~8시간 있다.

하마의 배변은 물속에서 이루어진다. 배변 시, 꼬리는 마치 자동차의 와이프(wiper)처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사방팔방으로 똥을 흩어지게 한다.

하마는 하천이라는 밭을 일구는 농부와 비슷하다. 비료를 뿌린 것이다. 농부가 시비(manure spread, 施肥)와 다를 게 없다.

하마의 똥은 수중 동물들의 소중한 먹이가 된다. 

치어, 달팽이, 새우, 조개 등은 하마 똥을 즐긴다. 하마는 친절하게도 뭍의 식물들이 가진 영양분을 자신의 장(腸)을 통해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 다른 동물들에게 전달한다.

하마의 똥을 먹은 작은 동물들은 자기보다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새, 악어 같은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된다. 여기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러니 하마의 똥은 프라이스리스한 역할을 생태계에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마의 똥이 365일 프라이스리스한 것은 아니다. 건기가 되어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면 하마의 똥은 하천에서 부패하여 수중 용존산소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하마의 서식지에 사는 수중생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건기가 되었다고 하마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마가 배설하는 양은 계절에 따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건기의 하마의 똥이 반드시 부정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건기에 하마의 똥 때문에 죽은 물고기들은 악어나 독수리 같은 청소동물들의 배를 채워준다. 결코 헛된 죽음은 아니다. 하마의 똥이 주는 이런 피해는 우기가 되면 다시 원상복구 될 수준이다.

고래의 똥도 하마의 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남극새우라고도 불리는 크릴(krill)을 주식으로 하는 대왕고래(blue whale)는 체중 180톤까지 나간다. 현존하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체구가 큰 대왕고래는 매일 2톤의 크릴을 먹는다. 그리고 해수면 근처에서 배변활동을 한다.

고래의 똥에는 수백 미터 심해에서 사는 크릴의 영양분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철분(Fe)이다. 철분은 식물성플랑크톤이 생존하는데 필수적이다. 식물성플랑크톤은 해양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존재로 크릴 같은 작은 생명체에게는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고래의 똥이 없으면 식물성플랑크톤은 수면 수백 미터 아래에 있는 크릴 사체에서 철분을 얻어야 하지만 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고래만 있으면 이런 고민은 할 필요도 없다. 식물성플랑크톤은 고래 똥을 통해 해수면 가까운 곳에서 철분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유고래

대왕고래가 사는 바다는 철분이 많다. 그래서 식물성플랑크톤이 풍부하고 생태계도 풍성하다. 심지어 대왕고래가 없는 바다보다 철분이 일천만 배나 많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크릴도 많이 산다. 고래가 크릴을 많이 먹어도 크릴은 식물성플랑크톤 덕분에 번창하기 때문이다.

비단 대왕고래 뿐만 아니라 고래는 종류를 불문하고 바다에서 섭취한 먹이의 영양분을 다시 바다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고래 덕분에 해양생태계는 지속가능해진다. 이러니 바다라는 거대한 밭에 계속 거름을 주고 식물성플랑크톤을 키우는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

따라서 고래의 똥에 프라이스리스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국토면적은 10만㎢로 협소하여 면적만으로는 세계 107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구는 5180만 명으로 28위이며, GDP도 12위에 이를 정도로 높다. 많은 인구와 높은 소득은 축산물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그래서 국내에는 엄청난 규모의 가축들이 밀식 사육되고 있다.

2018년 9월 기준, 국내에는 313만 두의 한우 및 육우, 407만 두의 젖소, 1164만 돼지, 육계 8328만 수, 산란계 7128만 수, 오리 1008만 수가 있다.

축산용어로 이런 식용 가축들을 산업동물(産業動物)이라고 한다. 산업동물들은 물론 엄청난 양의 똥을 생산한다.

축분(畜糞)은 보는 각도에 따라 가축분뇨로 분류되어 돈을 많이 들여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소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사람의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축분은 양질의 유기질비료 또는 가스를 만드는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축분이 소중한 자원(priceless resource)이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강원 박사

이강원 동물경영학 박사

건국대학교 축산대학 축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가치확산본부장과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물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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