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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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인가?
  • 정우택
  • 승인 2011.02.1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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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보다 직원이 많은 공항도 있는데 공항을 또 만든다니 걱정

  우리나라는 땅이 좁다. 좁아도 보통 좁은 게 아니다. 그러나 공항은 많다. 많아도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다. 무려 14개나 있다는 보도다. 그런데 정부가 영남권에 신공항을 또 하나 세운다고 한다. 이러다 전국이 공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공항이 고속 버스터미널 취급은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3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영남권은 똘똘 뭉쳐 우리 정치에서 한 몫을 해왔는데 신공항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대구와 경상북도, 경상남도가 밀고 있는 밀양, 부산이 밀고 있는 가덕도가 싸움의 중심에 있다.

  

 
부산은 가덕도가 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없고, 안개가 끼는 일수도 적어 하루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가덕도 주변에는 부산 신항과 공업단지가 있고, 부산을 통하면 KTX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을 볼 때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대구 경북과 경남은 밀양이 영남의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밀양은 1시간 안에 인구 50만 명의 큰 도시 10개와 연결돼 말 그대로 교통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영남권이 이처럼 갈라진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만일 신공항이 상대방 지역으로 가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 표정들이다. 도청, 시청 등 행정기관은 물론 일반 시민과 지역 단체가 모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아직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공항으로 인해 영남권이 두 패로 갈라져 격투를 벌이자 청와대는 괴로워하고 있다. 신공항을 백지화 한다는 말이 나오더니 이번엔 반발이 일자 그런 일이 없다고 공식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청와대나 국토해양부는 가시방석일 것이다.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당사자들에는 미안하지만 공항을 또 건설하는 예산낭비다. 지금도 공항이 14개나 되는 데 또 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다. 물론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무안공항, 속초공항 등 국제규모의 공항을 빼면 나머지는 작은 공항이지만 작은 땅에 공항이 넘쳐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무안공항의 경우 인근 광주공항과 가까운데다 승객 수요도 없는 실정이다. 정치적으로 건설돼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청주공항은 어떤가? 청주에서 인천공항까지 2시간이면 되는데 억지로 공항을 세우다 보니 승객이 없다. 지금은 공항을 아예 민간에게 넘긴다는 말도 나온다. 청주공항이 공항 노릇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영남권에는 공항이 몇 개나 있을까? 김해 대구 사천 울산 포항 진주 등 6개나 된다. 여기에 공항을 또 세워 사람들이 좋아하는 럭키세븐, 7개를 채우려 한다면 몰라도 영남권 신공항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지도를 펴놓고 보면 공항이 닥지닥지 붙어있다. 그런데도 공항을 세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짓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김해 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김해 공항은 지금도 국제 공항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규모만 더 키우면 아무 손색이 없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로 청와대가 골치를 앓고 있을 것이다. 국토해양부도 머리가 아프고, 대구시장, 부산시장 경북지사와 경남지사도 고민이 클 것이다. 공항을 가져와야 정치적 업적도 쌓고 다음 선거에서 표도 나올 뗀데 말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정치적 생각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경제적, 주민 편의적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마침 국회 입법조사처가 좋은 자료를 냈다. 동남권 신공항은 정치적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정확한 수요예측, 건설비용, 건설 기간 등을 검토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타당성 있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아주 이색적인 제안도 했다. 신공항이 건설되면 기존의 김해 대구 사천 울산 포항 울진 공항을 어떻게 할지 지자체와 주민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분명이 기존 공항을 유지하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미리 제기한 것이다. 자칫 신공항을 지어놓고 옛날 공항과 또 영역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

 신공항 문제는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들이, 지자체장들이 정치적인 생각을 갖고 공항을 건설하려 한다면 큰 잘못이다. 10조원씩 들여 활성화가 불투명한 공항을 짓는 것 보다 차라리 산업시설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올리는 게 낫다. 좁은 땅덩어리에 시도마다 공항이 너 많이 생겨 공항이 무슨 고속버스 터미널이냐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우택 편집국장>

정우택  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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