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서 방치된 보험설계사...직장 내 성범죄 사각지대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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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서 방치된 보험설계사...직장 내 성범죄 사각지대 노출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4.05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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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는 근로자로서 지위 없어 관련 법 보호 못 받아
보험사, 성범죄 관련 예방 교육 강화하겠다지만...형식적 수준에 그쳐
사진=픽사베이

최근 한 대형 생명보험사 부산 지점 소속 남직원이 여성 전속 보험설계사(FP)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미투'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보험설계사는 특수한 고용형태로 인해 직장 내 성범죄의 사각지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보도를 통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측이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 소홀을 지적하면서 사측을 향한 여론의 지탄이 쏟아졌다.

이에 회사 측은 "본사에서는 해당 신고 접수를 받자마자 현장에 내려가 사실관계를 직접 조사했다"며, "이번 의혹의 가해자로 지목된 남직원도 직무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고 부실 대응에 대해 해명했다.

또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인사업자는 근로자로서 지위 없어...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보호 못 받아 

물론 이번에 제기된 의혹의 진위를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고용형태상 보험설계사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근로자)'라는 점이다.

지점 소속 직원은 보험사에서 직접 고용한 근로자이지만, 보험설계사는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근로자로서 지위가 없어 근로기준법 등의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보험설계사가 한 사업장 내에서 회사 측 근로자와 함께 근무하다가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 회사와의 직접적인 고용 상태가 아닌 특고근로자는 사업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확보할 수 없고,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가 미흡할 시 사업주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없는 셈이다.

◆ 보험사, 성범죄 관련 예방 교육 강화하겠다지만...형식적 수준에 그쳐

보험사 관계자는 "2012년 FP의 권익 보호를 위해 업계 최초로 'FP고충상담센터'를 설치했다"며, "지난해 8월부터는 '컨설턴트불편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해 운영 중이고, 이번 사건도 센터를 통해 처음 접수됐다"고 회사 측 대응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서 "평소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FP를 상대로도 성범죄 피해 상담 등 고충 처리를 위한 창구로써 '컨설턴트불편지원센터'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사 내에서 FP를 상대로 성범죄가 발생했더라도 법적 근거 미비로 사업주에게 가해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 성범죄 예방 교육 강화 등 행정적 조치조차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특고근로자에 대한 성범죄 보호 조치나 예방 조치를 사업주의 자율적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고, 현재 사업주가 실시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사내 교육은 형식적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특고근로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의 경우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보험업 특성상 여성 FP가 많아 성추행이나 성희롱 같은 사건 발생도 잦은 편"이라며, "가해 직원은 멀쩡히 회사를 다니고 오히려 피해자인 설계사만 해촉되는 경우도 봤다. 이래서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고용형태가 바뀌지 않는 한 FP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예방이나 발생 후 조치에 보험사가 자발적으로 적극 나서긴 힘들다"며, "FP의 신분상 성범죄에 관해 실질적으로 회사가 개입해서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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